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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이코노미 : 경제학과 생태학, 이제는 서로를 껴안아야할 시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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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이코노미 : 경제학과 생태학, 이제는 서로를 껴안아야할 시간!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14:18

오랜 기간 월드워치연구소를 이끌면서 세계의 환경 위기를 경고해 혼 레스터 브라운은 2002년 지구정책연구소를 창설하여, 그 취지를 <에코 이코노미>라는 책 속에서 펼쳐보인 바 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인류는 지금이야말로 세계관의 대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것은 16세기 중반, 폴란드의 천문학자인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성을 주장하며 지구와 태양의 관계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을 촉구한, 이른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비교할 만한 것이라고 한다. 환경과 경제 관계에 대한 사고의 대전환, 즉 환경(에콜로지)이 경제(이코노미)의 일부라고 하는 사고로부터 경제가 환경의 일부라는 사고로의 전환을 뜻한다.

 

이러한 경제와 환경의 관계를 시간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볼프강 작스나 폴 호켄이 말한 바와 같이 세계의 시간 틀은 둘로 나뉜다. 첫째는 지구와 생물의 생태적인 시간의 틀. 거기에는 지구의 역사와 함께 발맞추어 온 생물 진화의 원대하고도 유장한 시간의 흐름, 개개 생명의 삶과 죽음의 사이클 등이 포함된다. 둘째는 산업이나 상업 등의 경제적 시간의 틀이다. 비지니스는 속도를 다투고 변화를 좋아한다. 거기에서는 가속화와 끊임없는 변화, 무한한 성장이 철칙이다. 이에 반하는 자는 그에 따른 제재를 받게 된다. 이것이 현대 세계의 지배적인 시간의 틀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구 환경의 위기란 무엇인가? 그것은 경제 시간의 틀에 생태 시간의 틀을 끼워맞춰 넣고, 그 결과 삶의 기반인 생태계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어 버리는 사태다. 경제 시간이 생태 시간을 압박하고 있는 양상은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장의 붕괴, 산림 감소, 토양 침식, 방목지의 황폐화, 사막화,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 지하 수위의 저하, 기온 상승과 그에 따른 파괴적인 폭충우의 빈발, 빙하의 융해와 그에 따른 해면 상승, 산호초의 사멸, 생물의 가속화된 멸종과 소실, 그리고 새로운 감염즘의 급증.

 

예컨대 지구 온난화란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 효과 가스를 배출하는 속도가 그것을 동화, 흡수하는 지구의 느릿한 속도보다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즉, 인간은 경제 시간을 위해 탄소 순환이라는 생태계의 기반을 무너뜨려 버린 것이다. 또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생물의 멸종은 환경 변화에 생물이 적응하기 위한 필요 시간을 주지 않은데 따른 급속한 변화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주원인이 인간의 경제활동에 있다는 데에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제1차 산업에서도 가속화하는 경제 시간에 떠밀려 생물 고유의 시간이 단축되어 버렸다. 이러한 일들에 대한 결과들이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환경파괴나 공해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생태 시간이 따라갈 수 있도록 경제 시간을 어떻게 감속시켜 이 둘의 시간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브라운의 지적에 따르면, 이 두시간의 충돌을 피하고 양자 사이에 조화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한 '에코 이코노미'를 실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이제까지 반목해 온 경제학과 생태학이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양쪽의 장점을 살리며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생태학은 경제활동을 비롯한 인간 생활의 대부분이 지구 생태계에 의존해 있음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3천만 종에 이르는 생물이 먹이 연쇄, 물질 순환, 수문순환, 기후 순환 등에 서로 의존해 가며 생명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내고 있다.

 

목표를 정책으로 옮겨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경제학은 이러한 생태학적 지식을 받아들여 경제 정책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양자가 서로 힘을 모으면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새로운 '에코 이코노미'를 설계하고 구축해 나갈 수 있다고 브라운은 말한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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