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거대 인구 집단 40대의 "불안", 그리고 "희망" 본문
베이비붐 세대는 통상적으로 1955∼1963년생 716만 명을 지칭한다. 1964∼1974년생은 이 세대보다 200만 명 이상 많은 934만 명의 거대 인구 집단을 형성하고 있지만 잊혀졌던 세대다. 현재 39∼49세로 주로 40대에 걸쳐 있는 이 세대는 올 4·11총선에서 막강 파워를 보여준 바 있고 새로운 한국을 주도할 세대라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F세대(40대)는 20, 30대와 50, 60대 사이에 낀 세대, 혹은 깍두기 세대로 표현된다. 역으로 보면 변화의 중심 세대였다. 경제적으로는 선진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 사회적으로는 자유화, 그리고 글로벌화의 길목에 위치한 세대였지만 한국적 압축 발전 과정에서 존재감이 한참 동안 잊혀졌던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사실 40대는 가정에서는 부모를 모시면서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고, 기업에서 최고경영진은 아니지만 간부급으로 조직을 리드해야 하는 계층이며, 국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0대의 생각과 행동이 국가 미래의 향방을 결정짓는다. 건물로 비유하자면 기둥과 같은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40대가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기둥이 흔들리는 조짐이 곳곳에 감지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이다.
부동산 침체로 가계부채 위기
40대 불안의 시작은 주로 부동산 투자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1차 베이비붐 세대는 부동산 불패신화 기간에 저가로 내 집 마련이 비교적 용이했던 반면, 40대 중 상당수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뜀박질하는 부동산 열기 속에 뒤늦게 빚을 내 부동산에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 4년여 동안 부동산 경기침체로 팔려 해도 팔 수도 없고 다달이 다가오는 구입자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고생하는 가계부채 위기의 주 연령 계층으로 전락했다.
40대는 사회중심 계층에는 진입했지만 상층부는 50대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어 계층 상승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연령대다. 40대의 견지에서 보면 1차 베이비붐 세대는 1990년대 말 경제위기에 몰아친 대량 구조조정에서 오히려 재미를 봤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F세대 자신은 50대 계층 장벽을 좀처럼 뚫지도 못하면서 최대로 밀집한 같은 연령집단 내 경쟁구조에 시달리면서 숨이 막힌다. 더욱이 자녀 사교육비 등 높은 지출 부담에 배우자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보지만 퇴직 후 미래 노후대책도 불안한 실정이다.
40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성격상 해결이 쉽지 않다. 부동산은 가격 폭등을 잡기도 어렵지만 지금처럼 구조적으로 침체된 경우 20여 년 전 일본의 버블 붕괴에서 볼 수 있듯이 백약이 무효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여러 방책에도 해결 기미가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린 대폭락은 막아야 한다. 이제 이자율도 더 늦지 않게 과감하게 내릴 때가 됐고, 부작용을 우려해 유보했던 부동산 관련 규제 풀기도 과감하게 실행해야 할 것이다. 지체되고 있는 세대 간 권력교체는 세대 간 이해관계와 인구 고령화 문제가 꼬여 있어 더욱 풀기 어렵다.
지금 당장은 실력과 기다림 이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변화의 기회가 오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령화에 대비한 정부의 정년 연장 대책도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40대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는 세대다. 변화를 기대하고 지지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저성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과감하게 경제성장의 아이콘이었던 이명박 정부에 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 정부 역시 이유가 어떠했든 저성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자, 현재의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제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한 것인지, 정치권에서 제시하는 복지정책이나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면 과연 자신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 개척할 세대
40대의 불안과 고통은 분명히 공감할 만하지만 이를 극복할 주체도 40대일 수밖에 없다. 연령상으로 40대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고 앞 세대와 뒤 세대를 포용해 국가를 이끌어 가야 하는 주도계층이다.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리더는 존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지도자를 선택해서도 안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부모들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의 문턱까지 올려놓았다면 지속가능한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할 세대는 지금의 40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한 시대적 책무를 과감히 선택하고 완수할 때 40대는 대한민국의 궁극적인 중추세력으로서 참으로 신뢰받는 F세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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