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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져보는 4평 집 : 가계약·건축물축조신고, '농막 설치'

독립출판 무간 2021. 12. 4. 12:37

처음 가져보는 4평 집 : 가계약·건축물축조신고, '농막 설치'

 

 

밭에 농막을 설치했다. 펜션에 달방을 얻어 지내보니 돈도 돈이지만, 밭에 갈 때마다 짐을 챙겨 왔다 갔다 하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고, 한번 가서 몇 시간밖에 일하지 못하니 능률이 오르지 않았다. 농막을 놓으면 월세도 아끼고, 아침에 눈뜨면 밭일하고 해가 나면 쉬다가 느지막이 다시 일해도 되니 좋을 것 같았다.

 

지난봄부터 농막을 알아봤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원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했고, 물류 대란으로 자잿값이 올라 농막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2020년 초만 해도 6(20)에 화장실과 부엌을 갖춘 농막이 2천만원 정도 했는데, 2021년 들어선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3~4천만원을 훌쩍 넘어갔다. 여러 모델을 알아보다가 차라리 집을 짓겠다 싶어 덮어뒀다.

 

그러다 눈을 돌린 게 나무로 만든 창고였다. 가로세로 3.8×3.8m, 4평이 조금 넘는데 가격은 설치비 포함 600만원. 용도가 창고이니 안에는 당연히 화장실이나 부엌은 없다. 그래도 원하면 창문을 설치해주고, 전기보일러도 설치 가능하단다. 데크까지 연결하면 손색없이 쓸 만하겠다 싶었다. 추석을 앞둔 즈음 창고 물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창고를 설치하려면 감자도 캐야 하고 나무도 옮겨 심어야 하는데, 감자는 아직 캘 때가 아니고 나무 옮기는 것도 늦가을에 해야 죽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은 급한데 당장 설치할 수는 없어 업체를 찾아가 계약금을 걸어놓고, 11월에 설치하기로 했다.

 

그사이 할 일이 꽤 많았다. 먼저 면사무소에 가서 가설건축물축조신고를 했다. 보통은 사흘 정도면 신고가 완료되는데, 우리 밭은 문화재관리지역이라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처에 <삼국유사>에 기록된 수항리 절터가 있다고 한다. 2주가량 기다려 신고필증을 받았다. 이걸 받으면 한전에 연락해 전기를 신청할 수 있다고 들었다. 한전 강릉지사에 연락해보니, 전기면허가 있는 허가업체를 통해서만 신청 가능하단다. 산 너머 산이로다. 전기업체에 의뢰하니 이번엔 전깃줄이 지나가는 땅의 주인에게 서면으로 허락받아야 한다고 한다. 대봉시 한 상자를 사들고 아랫집 어르신 댁에 들렀다. 전신주 위치로 보아 이 댁의 우사 위로 전깃줄이 지나갈 텐데, 혹시라도 소에게 안 좋으니 안 된다고 할까봐 요리조리 눈치를 보며 말을 꺼냈는데 의외로 흔쾌히 오케이. 그런데 한전이 겨울에 일이 많아서 전기 신청하면 두세 달은 걸린다...

 

그리고 지난 주말 농막을 설치했다. 전기가 안 들어와서 설치팀에서 발전기를 가지고 왔다. 핀란드산 나무로 에스토니아에서 제작한 독일제 나무창고. 세 명이 와서 이틀 동안 작업했다. 바닥에 아연각관으로 틀을 짜고 방부목 합판을 얹어 기초를 만들었다. 그리고 짜맞출 수 있게 재단된 나무를 못 없이 조립했다. 지붕을 얹고 비가 새지 않게 방수재를 덮고, 아스팔트싱글(지붕 판재)로 마무리. 완성돼갈 때쯤 남편과 나는 나무에 오일스테인(착색제)을 발랐다.

 

이번 주말엔 보일러를 설치할 예정이다. 전기는 옆 밭 어르신이 전신주 들어올 때까지 자기네 전기를 끌어다 쓰라고 하셨다. 남편은 신났다. 캠핑용 변기도 사고, 석유난로도 사고, 7.5짜리 워터저그(수도꼭지 달린 물통)도 사고, 씻을 물을 담을 18짜리 물통도 사고, 이것저것 목공할 게 많다며 목재용 각도 절단기까지 주문했다. 화장실 용도로 쓸 창고는 이장님 댁으로 주문해뒀다. 퇴근하면 문 앞에 매일 택배가 기다리고 있다.

 

https://news.v.daum.net/v/2021120411180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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