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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자신감'이 만든 비폭력 시위

독립출판 무간 2016. 11. 15. 07:32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00만 촛불항쟁’에서 희한한 광경이 연출됐다. 경찰과 시위대 간 대치가 벌어진 내자동 로터리에서 경찰들이 갑자기 “비폭력” 구호를 외쳤다. 현장 지휘관이 “비폭력”을 선창하자 시위 진압복을 착용한 경찰관들이 “비폭력”을 수차례 따라 했다. 다수의 시민들도 “평화시위하자”, “경찰 때리지 맙시다”라며 호응했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서울경찰청 수뇌부는 시위대와 긴장도가 높아질 경우, 이같이 “비폭력” 구호를 제창하는 방안을 활용하라고, 일선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으로도 “비폭력”, “평화시위” 등의 구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한편,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청와대 남쪽 율곡로와 사직로 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청장은 “(12일) 집회와 같은 성격의, 같은 목적의 촛불집회 등에 관해서는 법원 판단을 존중해, 앞으로도 같은 취지와 목적이라고 하면, (행진을) 허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12일 집회에 대해 “불법이 발생하면 시민들이 현장에서 적극 제지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며,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것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정주식 웹진 ‘직썰’ 편집장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내가 읽은 건 ‘평화시위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더 이상 고립돼 있지 않은 시민의 자신감이었다”며, “좀 무뎌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어느 때보다 당당해 보였다”고 밝혔다. 책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 작가도 “100만명이 ‘광장의 경험’을 얻었다. (더 강한 시위를 하지 않는다고) 우리 스스로를 성급하게 조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칼럼니스트 김규항씨는 “‘100만명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위협’을 구현해낸 게 아닐까”라고 말하는 등 시민들이 ‘불법·폭력 시위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http://v.media.daum.net/v/20161114221235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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