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죽음을 앞둔 환우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2) 본문
죽음을 준비한다느니 죽음을 어떻게 한다느니 이런 게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죽을 때 편안하게 죽고 싶다고 해서 편안하게 죽어지는 것도 아니고, 거꾸로 서서 죽고 싶다 해도 죽을 때 그 자신의 뜻대로 안 돼요. 죽음은 인연 오는 대로 맡기면 됩니다. 우리는 교통사고 같은 예기치 못한 죽음에 늘 억울해합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했다고 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살아 있는 생물은 지금 1분 1초 뒤에라도 죽을 가능성이 항상 있어요. 죽음이라는 것은 늘 우리 곁에 있는데, 안 죽으려고 하다가 죽으니 예기치 못한 죽음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일부러 죽을 것도 없고, 강제로 죽일 것도 없고, 죽음을 두려워할 것도 없고, 안 죽으려고 발버둥 칠 것도 없습니다. 죽음은 관여 안 하고 가만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픈 친구에게 가서 뭐라고 위로하려고 하지 마세요. 위로를 하지 말라 하는 건 '무슨 좋은 말을 해줘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위로한다고 위로가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숨이 오락가락하는데 남의 말이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친구한테 가서 "오랜만이다. 잘 지냈나? 괜찮지?" 이러고 그냥 평상시처럼 지내면 돼요. 그것이 가장 큰 위로입니다. 내가 죽음을 담담하게 보면 죽음이 큰 일이 아닙니다.
내가 만약 아픈 친구를 살릴 수 있으면 위로가 아니라 더한 것도 해주어야겠지요. 물에 빠진 사람 구제하는 건 내가 할 수 있고, 굶어 죽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가 암에 걸린 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의사가 살릴 수 있으면 의사한테 맡겨야지요. 그리고 내가 큰 병에 걸렸을 때에도 안 죽고 싶어서 기도한다고 안 죽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의사한테 편안하게 맡기고 치료받으면 됩니다. 의사가 "환자분 생각은 어떠세요?" 하고 물으면, "아, 당신이 의사니까 전문가니까 알아서 하세요." 이렇게 툭 던지는 거, 그게 바로 도입니다. 그 때 비로소 부처님의 가피가 내리는 겁니다.
(월간정토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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