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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저런 생각도 떠오르네' 하고 흘려 보내세요!

독립출판 무간 2016. 10. 19. 16:37

"저는 외로운 마음이 많고 모든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합니다.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고, 실연당하면 우울해지고 폭식을 합니다.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너무 심하게 떨어서 머리가 아플 정도입니다. 다섯 살 때 아버지가 말도 없이 엄마와 이혼하고 사라진 것에 대한 원망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남자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 궁금합니다...(중략) 제가 방황을 좀 오래했는데, 엄마가 걱정도 하시고 빨리 직업을 갖기를 바라십니다...(중략) 복학해서 공부를 마치고 빨리 취직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결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선 질문하신 분이 이렇게 자기 생각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고 하는 식으로 세상을 사니 세상살이가 참으로 어려울 겁니다. 무슨 일이든 '이렇게 해야겠다.' '저렇게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식으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이런 생각이 떠오르네' ' 저런 생각이 떠오르네'하고 흘려보내세요. 이런저런 생각이 마구 떠오르는 것은 무의식의 저 아래에 쌓여 있는 업식들이 뭉게구름이나 수증기처럼 일어나는 겁니다. 그런 것에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일어난 번뇌를 붙잡는다는 얘기입니다. 그걸 집착이라 하고 상을 짓는다고도 말합니다. 그건 다 번뇌망상을 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자꾸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생각이 떠오르면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구나'하고 알아차리고는 그냥 흘려보내세요.

밖에 다니다가도 남자 생각이 떠오르면 '남자를 보니 남자가 그립다는 생각이 떠오르네' 해 버리세요. 누군가 미운 생각이 들면 '내가 저 사람을 미워하는구나' 이러고 끝내세요. 남을 미워하면 안된다, 그건 나쁜 일이다, 이런 생각에 끌려가지 말고 '내가 미워하는 마음이 있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걸로 끝내세요. 그런 생각들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상황이 바뀌면 금방 또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에 지금 생가가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월간정토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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