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죽음을 앞둔 환우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1) 본문

사는 이야기

죽음을 앞둔 환우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1)

독립출판 무간 2016. 10. 20. 14:17

"죽음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환우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어떤 말이 좋은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도록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죽음을 앞두고 있는 친구를 위해 좋은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면 친구를 보는 내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좋은 말을 찾는 건가요? 친구가 건강이 안 좋고 아프면, 그냥 친구가 건강이 안 좋고 아프구나하고 보면 되지, 왜 꼭 무슨 말을 해줘야 되지요? 그냥 친구 병문안 가서 오늘 숨이 넘어간다 하더라도 손을 잡고 옛날 어릴 때 얘기도 나누고 재밌게 대화하면 되지, 내가 뭘 위로해 워야 된다는 부담감을 갖지 마세요. 해줄 말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왜 해줄 말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느냐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낙엽이 떨어질 때 무슨 말을 해줘야 나무에게 좋은 말이 될까요?

이 세상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어야 됩니까, 아니면 계속 살아야 됩니까?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어야 세상이 유지됩니다. 옛날에 평균 수명이 사오십 세였을 때 육십까지 살면 많이 산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 팔구십까지 사니까 칠십 세만 되어 주어도 다들 아쉬워합니다. 그러니 인생에 제 명이라 할 것이 없습니다. 어린애가 태어날 때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납니까? 사람이 죽을 때 죽고 싶어서 죽습니까? 그냥 때가 되면 태오나고 때가 되면 죽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그걸 굉장히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내일 죽든 모레 죽든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거니까 살아있는 지금을 착실히 살면 됩니다. 불치병에 걸려 죽든, 교통사고가 나서 죽든, 그런 건 하등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앞으로 10년, 20년 더 산다면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설혹 더 산다 해도 세상에 별로 도움이 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죽을 만큼 세상에 무슨 나쁜 짓을 한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는 데까지 살다가 때가 되어 죽으면 그만입니다. 봄날에 잎이 무성하다가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이 말입니다. 낙엽이 9월 30일에 떨어지면 어떻고, 10월 3일에 떨어지면 어떻고, 11월 3일까지 붙어 있으면 뭐할 거예요.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겨울 되면 다 떨어지는 것처럼, 사람 인생 100년 안짝에 다 죽습니다. 80 살면 어떻고, 70 살면 어때요?

(월간정토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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