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끼니때가 되면 늘 서글펐다 본문
끼니때가 되면 늘 서글펐다. 식도락 따위는 딴 나라 얘기고, 그저 허기를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 지금까지 먹고 입고 자는 것으론 호사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세 가지 즐거움을 모두 누리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또다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섬에 정착한 후 지금까지 변변하게 먹지도 못했으면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던 까닭은 토박이들의 따뜻한 인정 때문이었다. 밥벌이를 제대로 못했기에 동가식서가숙하며 지냈다. 숫기 없이 자존심만 강했던 나는 없으면 굶었고, 라면마저 여의치 않으면 냉수 한 사발로 끼니를 대신했다. 누구에게 끼니를 구걸한다는 것이 싫었다.
시골로 떠돌다 보니 부엌 딸린 방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 주인이 부엌을 사용할 때면 부엌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 부엌에서 볶아치다 보면, 어떤 때는 주인집에서 한술 같이 뜨자고 권하기도 한다. 얻어먹는 것도 한두 번이기에 그때마다 적당히 둘러대거나 아예 식사시간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밤 중 조심스럽게 라면을 끓여 허기를 때웠다. 그걸 눈치 챈 주인집에서 쌀값만 내고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나에게는 그럴 여유마저 없었다. 마침내는 라면만 먹고 산다는 이유 때문에 방을 비워줘야 할 때도 있었다.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들 속에서 튕겨 나와 유별나게 살다보니 늘 외로웠다! (0) | 2016.10.12 |
---|---|
울적할 때면, 몸을 바삐 움직여 금방 결과가 나타나는 흥미 있는 일을 찾는다! (0) | 2016.10.12 |
꿈을 꾸는 것처럼 낯설다... 나는 이 곳이 좋다! (0) | 2016.10.10 |
하루에도 몇 번씩 호흡 곤란으로 죽음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지금의 나의 모습이다! (0) | 2016.10.10 |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0) | 2016.10.09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