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 끝은 있는 것이다! 본문

사는 이야기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 끝은 있는 것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0. 8. 08:34

믿음과 오기로 시작한 섬 생활이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다 보니 궁핍의 연속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중산간 마을에서 생활하다 보니 따로 방세가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니 어쩌다 돈이 생기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필름과 인화지를 구입했다. 오로지 사진에만 매달려 사는데 해가 바뀔수록 카메라는 작동이 안 돼 마음을 졸이게 하고, 확대기는 낡아 말썽을 부렸다. 변변찮은 작업실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지냈다. 필름과 인화지는 늘 부족해서 애간장을 태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곰팡이가 피어가는 필름만 캐니넷에 가득했다.

일에 몰두하며 잘 지내다가도 어느 한순간 방심하면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생활대책도 없이 의지 하나로 물고 늘어지다 보니 여러 문제가 얽히고 설킨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몸으로 부딪쳐 나가야 한다. 그저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나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나,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지금 이 길이 정말로 내가 가야할 길인가... 풀리지 않는 의문에 매달리다 보면 또다시 헤어날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이럴 때는 도회지의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그런데도 눌러앉아 여기까지 흘러왔다.

순간순간 다가오는 고통을 극복하지 못해 이 길을 포기하고 다른 무엇을 선택했다 해도 그 나름의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다른 일을 선택해 환경이 변한다 행도, 나는 나이기에 지금 겪고 있는 마음의 혼란을 벗아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이 물음에 답을 얻지 못한다면 어디를 가나 방황하고 절망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 끝은 있는 것이다.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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