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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손에는 십자가에 박혀 못 자국이 나기 전에 먼저 목수 일로 생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1) 본문

사는 이야기

예수의 손에는 십자가에 박혀 못 자국이 나기 전에 먼저 목수 일로 생긴 굳은살이 박혀 있었다. (1)

독립출판 무간 2016. 10. 7. 13:50

예수의 가장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예수는 원했던 원하지 않았든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려 죽음으로써 모든 인간의 죄를 대속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예수의 삶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부분의 삶이 제 마음 속에 깊게 각인돼 있습니다.

물론 예수의 삶이 가장 아름답게 활짝 꽃핀 부분은 바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부분입니다. 만일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에게 그처럼 완전한 사랑의 완성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부분만을 최고점으로 생각한 나머지 예수의 나머지 삶의 과정을 간과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특히 예수가 서른 살까지 열심히 목수로서 일을 한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습니다. 예수의 삶은 이미 하느님에 의해 예비된 수동적 삶이었으며, 예수는 싫든 좋든 서른 세 해 동안 설정된 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혹 그렇다 하더라도 예수는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대패질과 못질을 하고 산 노동자였습니다. 그의 손은 목수 일로 생긴 굳은살이 딱딱하게 박혀 있는 노동자의 손이었습니다. 예수의 손에는 십자가에 박혀 못 자국이 나기 전에 먼저 목수 일로 생긴 굳은 살이 박혀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에게도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능동적 준비 단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제게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손에 굳은살이 깊게 박이는 목수 일을 하면서 오직 '그 날'만을 기다린 간절한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예수도 주어진 삶의 목표를 위해 손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일을 하면서 준비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원대한 계획대로 움직이는 단순한 피동체가 아니었습니다.

아마 그러한 준비와 노력이 예수의 삶의 목표를 완성하는 기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준비단계가 예수의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한 단계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동안 예수의 그런 준비 단계를 무시하고 잊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저처럼 예수를 비노동자의 손을 지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는 죽음을 통하여 사랑의 완성을 보여준 것도 위대하지만 손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로 대패질을 하면서 인류를 구원할 준비의 시간을 지녔다는 사실이 더 위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한 준비 기간이 없었다면 예수는 어쩌면 인류를 위해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릴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는 하느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운명에 순응하지 못하고 육체적 고통에 몸부림치며 하느님을 원망하였지도 모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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