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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2

독립출판 무간 2016. 10. 6. 06:14

한 청년이 아름다운 한 아가씨를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얼굴과는 다르게 아주 독한 마음을 가진 아가씨였습니다. 아가씨는 청년이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는지 확인해야 하겠다면서, 청년에게 자기를 사랑한다면 어머니의 심장을 꺼내어 자기 앞에 가져오라고 말했습니다. 사랑에 눈이 먼 청년은 그녀의 말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어머니의 심장을 꺼내어 두 손에 들고 아가씨의 사랑을 얻게 된 기쁨에 들떠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있는 힘껏 달음박질쳐 갔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너무 서두른 나머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머니의 심장이 땅바닥에 툭 굴러 떨어졌습니다.

청년은 놀란 얼굴로 땅바닥에 떨어진 어머니의 심장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때 어머니의 심장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얘야, 어디 다치지 않았니? 조심하거라."

저는 그 때 이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마치 그 청년이 제 자신인 것만 같아 한동안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 때는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말씀이 부처님 말씀인 줄을 몰랐습니다만, 저는 그 말씀을 오랫동안 마음속에 담아두고 단 한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시작노트 한 켠에 단단히 메모를 해 두고 감히 떨리는 마음으로 다짐을 했습니다.

'내가 혹시 시집을 내게 된다면 이 말씀을 시집 제목으로 삼으리라.'

시집이 나오자 그 말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저처럼 충격을 받았는지 시집을 찾는 이가 예상 외로 많았습니다. 그런 많은 이들이 그 말씀을 죽에 이르도록 진정으로 사랑하라는 의미로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사랑의 진정성과 절대성을 나타내는 말씀으로 이해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삶과 죽음이 둘로 나누어질 수 없듯이 사랑과 죽음 또한 둘로 나누어질 수 없습니다. 사랑과 죽음은 하나의 동의어입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저는 늘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그래도 저는 아직 사랑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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