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됩니다,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본문
꽃들은 남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제비꽃은 결코 진달래를 부러워하지 않고, 진달래는 결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한껏 꽃피우다가 떠날 시간이 되면 아무 말없이 떠나갑니다. 만일 제비꽃이 진달래를 부러워하고 진달래가 장미를 부러워한다면 꽃들의 세계에서도 인간들과 똑같은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꽃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방황하지 않습니니다. 네가 예쁘다 내가 예쁘다 다투거나 시기하지 않고 오직 주어진 그대로 감사하며 열심히 살다가 살아질 뿐입니다.
어떤 꽃을 보고 '예쁘다, 예쁘지 않다'고 평가하는 이들은 꽃들이 아닙니다. 바로 인간들입니다. 인간들이 인간의 잣대로 자기중심적인 평가를 한 것일 뿐입니다. 벌레들을 보고 해충이니 악충이니 구분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꽃들은 그런 이기적인 평가를 내리는 인간들 앞에서도 그저 스스로 아름다울 뿐입니다. 스스로 아름다움으로써 인간을 아름답게 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해 줍니다.
만일 제비꽃이 제비꽃답게 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아마 이 땅에 진정한 봄이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제비꽃이 제비꽃답게 피어남으로써 세상을 진정한 봄으로 가득 차게 합니다. 만일 제비꽃이 나팔꽃이나 목련처럼 피어난다면 그것은 봄의 비극입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않고 짐승처럼 살 때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비극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꽃받에 오로지 제비꽃만 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비꽃은 개나리와 민들레와 산수유와 함께 피어나야 꽃밭이 아름다워집니다. 한 가지 꽃만 피어 있는 꽃밭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나팔꽃만 해도 꽃의 색깔에 따라 보라색 나팔꽃, 희색 나팔꽃, 연분홍 나팔꽃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그것은 바로 획일에서 벗어나기 위함입니다.
획일은 추함입니다. 아름다움에서 벗어날 때 획일이 생깁니다.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획일보다 조화가 더 중요합니다. 언젠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노란색 교복을 입고 떼지어 가는 것을 보고 부화장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들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획일이 주는 추함과 무서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꽃밭이 아름답기 위해서도 조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비꽃이 혼자 아름답다고 해서 곷밭 전체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전체와 어울리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통해 비로소 제비꽃의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제비꽃이 진달래를 부러워하거나 닮고 싶어하지 않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비꽃은 제비꽃으로 피어나 오직 조화의 아름다움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나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이룸으로써 진정 나의 아름다움이 빛나는 것입니다. 제비꽃이 제비꽃이면 되듯이 나 또한 이대로 나 자신이면 됩니다. 아무리 남의 장점이 돋보여도 남의 장점을 통해 나의 단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어리석습니다. 오리혀 그 단점이 장점일 수 있습니다. 남의 장점을 통해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의 단점을 찿아내려고 노력한다면 그 또한 어리석은 일입니다. 남의 장점을 나의 장점으로 가져오기에는 나의 어떤 형편이나 환경이 그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비꽃은 제비꽃답게 피면 되고,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됩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곷은 없듯이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어느 누구의 인생이든 인생의 무게와 가치는 똑같습니다. 다만 내가 나의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을 뿐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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