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깨닫지 못하면 나오지 않으리라! 본문
깨닫지 못하면 나오지 않으리라!
막막한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뒤, 100일은 그래도 열심히 새벽기도도 하고 일요일엔 법당에도 가는 등 깨어 있기 위해 정진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상이 바빠지고 집안에 큰일이 닥치면서 그것이 내 까르마인 줄 알면서도 막다른 길에 다다른 심정으로 내달렸습니다. 아상이 주를 달렸습니다.
가족, 직장동료, 남편, 아이 모두를 내 주도 하에 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그리하였습니다. 그들이 나에게 그리하라 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망감을 안은 채 일을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해결을 해 나가기 시작했지만 저는 피폐해져 갔습니다. 관계도 거칠어져 갔습니다. 제 안에 화가 쌓여 갔습니다.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주변을 원망하며 화를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당연하게 기도도 되질 않았습니다. 108배 절도 머리가 숙여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터졌습니다.
친정엄마를 향해, 그냥 날 내버려두라고 소리쳤습니다. 네 살 아이가 보는 앞에서 이성을 잃고 내 안에 쌓인 원망과 미움과 화를 쏟아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깨닫지 못하면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정토수련원에 왔습니다. 정말이지 출가를 각오한 고향 방문이었습니다.
첫째 날 순조로웠습니다. 하루 20~30분 단전호흡으로 명상을 했던 습관이 있어서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둘째 날도 "생각보다 쉽군" "호흡이 잘 되는 걸"하면서 자만하였습니다. 배도 고프지 않고 졸음도 오지 않았습니다. "명상체질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셋째 날 아침수련부터 몸이 이상해졌습니다. 소화불량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평소 신경을 쓰거나 과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불량 증세가 바로 나타나고 위궤양, 위염은 상습적인 지병이었습니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왜 그러지?" 먹는 양을 더욱 줄였습니다.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더 심해졌습니다. 몸이 아우성을 쳤습니다. 물도 마시기 어려웠습니다. 소화제를 먹고 매실차를 마셔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호흡도 안 되고 명상에 집중도 안 되고 미칠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는 호흡조차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두려워졌습니다. 속옷조차 큰 압박처럼 느껴지더군요.
돕는 이에게 도움을 청하니 "일어날 만해서 일어나는 증상이니 호습에 집중하세요"란느 메모를 받고 차분하게 소화불량 상태를 제쳐두고 호흡에 집중하려고 놓치면 또 가고 놓치면 또 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참회. 연민. 감사
제 화의 원인이나 증오의 대상이 떠오르면서 그 분이 위암에 걸린 사실에 연민감이 느껴졌스빈다. 그도 나처럼 '아'가 강한 사람이구나, 안달복달하고, 자기 이익에 민감하고... 그런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극성인 소화불량의 고통은 마치 그를 통해 저를 보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떤 순간, 앞으로 나빠질지 모를 제 상태를 제어해 주는 누군가의 공덕이 제게 왔다는 감사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4일째 되는 날 점심수련까지 몹시 힘들더니 저녁수련 때가 되자 먹고 싶어졌습니다. 제 생애 최고의 식사를 하였습니다. 감자 반쪽으로! 그리고 저녁명상 중의 법문이 또렷이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이 뭔지 그 욕구의 기원이 어찌 되는지, 그걸로 인한 탁류의 휩쓸림을 어찌 거스를 수 있는지, 중도? 알아차림!
여기 지금 바로 나 살아 있음은 오로지 호흡에 깨어 있기. 호흡을 통해 식이 맑아지면 애써 생각하고 판단할 필요 없다, 저절로 알아진다는 스님의 말씀에 큰 믿음을 갖고 마지막 날 잠을 청하였습니다.
다섯째 날은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일어났고, 명상원 주변도 산책하였습니다.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까르마, 그 때 그 때마다 호흡으로 돌아오니 그 까르마가, 분별심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도 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받은 은혜, 일체중생에게 회향하기 위해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월간정토 2013.3월)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일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우리 뇌는 더하고 싶어진다! (0) | 2016.09.11 |
---|---|
텃밭을 다녀왔다. 배추가 시원찮다! 장인어른 댁에 다녀왔다. 벽돌담을 쌓자고 하신다. 철물점에 들렀다. 역시, "의식"은 공유된다! (0) | 2016.09.10 |
친정 어머니를 만나면 화가 납니다! (0) | 2016.09.09 |
직장이란 놀이터에서 잘 노는 행복쟁이가 되기를 기원한다! (0) | 2016.09.09 |
먹을 때 느끼는 맛과 식감을 멍하니 흐려보내지 말고, 확실하게 느껴 보자! (0) | 201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