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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이란 놀이터에서 잘 노는 행복쟁이가 되기를 기원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9. 07:29

직장생활 17년차인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도 변화 중이다. 크게 정책이나 법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봄을 준비하는 자연처럼 생활 속에서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늘 그렇지만 직장생활에서도 자신이 먼저 행복하고 먼저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할 일들을 다이어리에 정리하고 먼저 할 일부터 하나하나 해 나간다. 사람을 만나거나 업무전화가 오면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마음으로 흔쾌히, 행여 불편할 수도 있는 상대에게 '밝음'이라는 마음의 선물을 한다. 편안해지는 상대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느낄 때 자신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하루를 일 년처럼

올해 첫날에 신년계획을 세운다고 책상에 앉아서 졸다가 딱 떠오른 생각이, 무엇을 하겠다는 것보다 '하루를 일 년처럼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2월 중순인 지금도 잘 해 오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으니 나름대로 잘 실행하고 있나보다. 어떻게 하루를 일 년처럼 살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하루를 매 순간 깨어 집중해서 긍정의 마음으로 지내다보면 하루가 일 년처럼 꽉 찬 느낌이 든다. 가령, 직장생활에서 어느 날 오후 내내 지역에서 올라오신 몇 팀과 각각 회의가 잡혀 있다면, 그 분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편안하게 듣고 관계 기관과 우리 기관 입장과 상황을 솔직하게 나누고 앞으로 일어날 다른 변수들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하다보면 어느새 모두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몇 개의 회의를 마치면 몸과 마음이 피곤했는데, 요즈음은 오히려 에너지를 얻은 느낌이 든다.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전에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잘 보이려고 하고, '내 의도대로 되어야 한다'고 감정에 힘을 주었다. 그런다고 자신의 의도대로 된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고집이나 의도는 탁 내려놓고 함께 답을 찾아가니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

 

감사를 통한 삶의 변화

일상에서 2년 이상 매일 실천하는 것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일체 비누와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일 페이스북에 감사일기를 쓰는 것이다. 둘 다 사회생활을 통해 배운 소중한 자기변화의 밑거름이다. 특히 감사일기 쓰기를 통해서 부정적인 자신의 무의식을 긍정의 에너지로 돌려 세상 사람들과 좀 더 함께 호흡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어제의 감사한 일들을 회상하면서 편안하게 다섯 가지를 적어본다. 1월 29일 감사일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길벗들이 행복해진 모습

함께 회의한 길벗들

맛난 점심 함께 한 예전 과 동료들

부지런히 아침을 여는 경비아저씨

함께 업무협의 잘하신 관계자 분들

 

몇 달 전 직장에서 칭찬과 꾸중 고구마, 양파를 각 과에서 키우게 해서 전시하는 행사를 했는데 칭찬을 받은 식물이 훨씬 양호하게 자란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와 같이 감사일기를 쓰니 그 효과로 매번 환절기에 치르던 몸살도 없이 지나가고, 바삐 지내는데도 피곤하기는 커녕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보면 마음 변화의 위대함을 실감하게 된다. 직장에서 어려운 이이 와도 '아, 내가 공부할 기회구나'라고 생각하니 어려울 바가 없다. 모르면 묻고, 틀리면 고치고, 잘못하면 뉘우치는 생활을 그대로 직장에서도 적용하니 걸림이 없다. 직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것을 내 공부로 여기니 꼭 어디 가서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가 없어서 좋다.

 

내려놓기

정부 과천청사 내에서 업무부서를 2008년 말에 옮긴 이후 거의 3년간 아침마다 나의 오랜 벗 '근심걱정 불안초조'가 다시 친한 척을 해왔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안양 강연에서 홍천으로 귀농하신 분이 '귀농정착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는 질문에 스님께서 '적응하는 데 3년 걸립니다' 하신 이 말 한마디가 나의 불안을 멀리 떠나보내게 했다. 생각으로만 '괜찮다'라는 것과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의 차이를 깨달았다. 지금은 '빨리 승진해야 한다. 친한 사람이 많아야 한다'라는 것을 내려놓고 나니 동료들이 더 편안해졌고 나도 활기차게 된 것 같다.

 

마음 바꾸기, 그리고 행복하기

현재 직장에서 하는 일은 자동차산업에서 예산, 노사관계, 행사, 관련기관 관리 등 다양한 업무이다.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현안들을 협의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형식은 비슷비슷하다. 업무를 하면서 예전에는 '상대가 잘 하느냐 잘 못하느냐'를 찾는 분별이 주였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가운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하루에 평균 10명 이상의 관계기관과 동료들과 소통한다고 한다면, 자신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분들을 대하느냐가 세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하물며 매일매일 만나는 가족, 일과 후 도반들과의 일 속에서는 어떠할까 생각해 보면 수행을 아니할 수 없다. 날마다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직장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상과 자신이 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생계 수단에 가까운 것이 사실상 우리들의 자화상인 듯하다. 우리가 직장이라는 큰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그 틀 안에서의 자유, 즉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정토회와의 인연에서 삶이란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발견하면서 가벼워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체득해왔다. 그래서 직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 속에서 마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마음공부 중이다. 개별자적 세계관을 벗어나 연기법적 세계관 속에서 공동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향해 방향타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내가 해야 하는 소임인 것 같다.

 

오늘 출근길에도 마음에는 빨리 출근해서 일을 처리해야지 하는 조급함도 있고, 잘 해서 인정받아야지 하는 사랑고픔도 있고, 하기 싫은데 하는 회피쟁이도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하나하나 차분하게 해봐야지 하는 생각과,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스님께서 '인생은 놀이'라고 하셨다. 올해에는 직장이란 놀이터에서 잘 노는 행복쟁이가 되기를 발원한다. 인생의 새봄을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반갑게 맞아보리라.

 

(월간정토 2013.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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