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세시풍속과 우리음식 : 찬밥 먹는 한식 본문

먹는 이야기

세시풍속과 우리음식 : 찬밥 먹는 한식

독립출판 무간 2016. 8. 31. 07:07

 

찬밥 먹는 한식(양력 4월 5, 6일경)

 

한식은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로서 양력 4월 5일이나 6일 경입니다. 그래서, 식목일과 겹칠 때가 많습니다. 이 날은 성묘를 하는 날입니다.

 

한식날은 중국의 춘추시대 인물인 개자추를 기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개자추는 진나라 문공이 19년 동안 다른 나라로 떠돌아다녀야 했던 어려운 시절, 문공을 충성스럽게 모셨던 인물입니다. 문공이 먹을 것이 없어서 며칠을 굶다 쓰러지자,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먹일 정도였습니다.

 

그런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문공은 결국 진나라 임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공은 자신을 그렇게 충성스럽게 도왔던 개자추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 후, 문공은 개자추를 잊어버린 사실을 알고 신하들에게 개자추를 찾아오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개자추는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산으로 들어간 이후였습니다. 산으로 그를 찾아간 신하들이 아무리 설득해도 개자추는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신하들은 궁리 끝에 산에 불을 지르면, 개자추가 뛰어나올 거라고 생각하여 불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문공은 몹시 슬퍼하며 개자추를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개자추가 죽은 날에는 모든 사람이 불을 지피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한식날에는 불에 타 죽은 개자추를 생각하며 불을 지피지 않고, 밥도 찬밥을 먹었습니다. '한식'이란 말은 '찬 음식', '찬 것을 먹는다'라는 뜻입니다.

 

한식 때는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봄철입니다. 불을 잘못 다루면 자칫 큰 산불이 날 수도 있는 때입니다. 불을 조심해야 할 때라서 개자추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려 불조심을 잊지 않도록 했던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식날에 봄을 맞이한다는 뜻에서 집 안의 불을 바꾸는 행사를 했답니다. 불은 만물을 키우는 기운이므로, 임금님이 대궐에서 버드나무나 느릅나무에 붙인 새 불을 관아에 나누어 주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묵은 불을 끄고, 관아에서 나눠 주는 새 불을 받아 붙였습니다. 새 불이 대궐에서 관아를 거쳐 일반 가정에까지 이르려면 꽤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 날은 불을 때서 밥을 짖지 않고 미리 지어 둔 찬밥을 먹었던 것입니다.

 

(김아리 글 /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