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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풍속과 우리음식 : 동지, 귀신 쫓는 팥죽 먹는 날

독립출판 무간 2016. 8. 30. 16:49

귀신 쫓는 팥죽 먹는 동지(음력 11월)

 

동지는 한 해 중에서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집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 날부터 태양이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해서 태양신을 숭배하는 축제를 벌였다고 합니다.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도 합니다. 태양빛이 이 날부터 점점 자란다고 생각해서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던 것이지요.

 

(DAUM 백과사전)

 

동지에는 팥죽을 먹었습니다. 붉은 팥국물에 찹쌀을 동그랗게 빚은 새알심을 넣어서 죽을 쑤지요. 예전에는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생각했다고 했지요? 그래서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하고 자기 나이 수만큼 새알심을 먹었다고 합니다.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집안에 있는 못된 귀신들을 내쫓아 집안 사람이 아프거나 나쁜 일을 당하지 않게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팥죽을 쑤어 사당에 올린 다음 집 안 곳곳에 팥죽을 한 그릇씩 놓아 두고, 대문이나 벽에는 팥죽을 뿌려 둡니다. 해를 끼치는 나쁜 귀신들이 붉은 팥죽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귀신이 팥죽을 무서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진나라 때 공공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말썽꾸러기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이 아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동짓날, 그 아들이 역병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공공과 식구들은 그의 죽음을 몹시 슬퍼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문제가 생겼습니다. 죽은 말썽꾸러기 아들이 역병 귀신이 된 것입니다. 역병 귀신이 된 공공의 아들은 마을을 돌며 역병을 퍼뜨렸습니다. 역병이란 천연두라는 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이 병이 돌면 온 마을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 갈 만큼 무서운 병이었습니다.

 

공공은 자기 아들 때문에 죄없는 마을 사람들이 역병에 걸려 죽어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공공은 귀신을 몰아낼 방법을 생각하다가 아들이 평소에 무서워했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공공의 아들은 팥을 무서워했습니다. 그래서 공공은 팥으로 죽을 쑤어 대문, 담 등 집 안 곳곳에 팥죽을 발랐습니다. 공공의 집으로 오던 역병 귀신은 집 안 곳곳에 붉은 팥죽이 발라져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그 길로 달아났답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매년 동짓날에 팥죽을 쑤었습니다. 옛날에는 귀신이 붉은 것을 싫어한다고 믿었습니다. 아가씨들이 손톱에 빨간 봉숭아 꽃물을 들이는 것도 아가씨를 좋아하는 귀신을 쫓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요. 또 아기들의 백일이나 돌에 붉은 팥으로 시루떡과 수수팥떡을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였답니다.

 

'붉다'는 말은 원래 '밝다'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귀신이 붉은색을 보면 달아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김아리 글 /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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