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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상에 돼지머리가 오르는 이유...?

독립출판 무간 2016. 8. 29. 17:04

우리나라에서는 실로 까마득한 오랜 옛날부터 돼지고기를 먹어 왔습니다. 돼지를 가축으로 길러서 먹기 전에는 산 속을 무섭게 뛰어다니던 멧돼지를 사냥해서 먹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에는 멧돼지들이 좋아하는 식량인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가 많아서 멧돼지들이 살기에 적합했다고 합니다.

 

돼지를 가축으로 길러서 먹은 것은 우리나라에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의 일일 것입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되니 사냥을 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동물을 잡아다가 가축으로 길러 새끼도 낳게 하고 또 늙은 가축은 잡아서 고기도 억었겠지요. 돼지는 대개 5천 년 전부터 가축으로 길러 먹어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돼지를 좋아합니다. 돼지꿈을 꾸면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었고, 어린이들은 저금통도 돼지 모양이 많습니다. 그리고 고사를 지내는 상에도 돼지머리를 올립니다.

 

고사는 새로 집을 짓거나 사무실을 열 때 돼지머리와 과일 등 제물을 갖추어 놓고 '잘 되게 해 주십시오', '돈 많이 벌게 해 주십시오' 라고 비는 제사의 일종입니다. 아주 오래 된 민간 신앙이지요. 고사를 무조건 미신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자리를 빌려 앞으로 잘 해 보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기회를 갖는다는 의미가 더 크니까요.

 

우리가 집에서 지내는제사는 유교적인 의례로서 조상에게 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사는 산신령이나 당신, 또는 터줏대감과 같은 자연의 신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돼지는 신통하고도 운이 좋다고 하는데, 그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전하고 있습니다. 그 중 고려 태조 왕건의 할아버지에 얽힌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고려를 세운 왕건의 할아버지는 위기에 처한 용왕을 구해 주었습니다. 용왕은 그 보답으로 돼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왕건의 할아버지는 개성에 용왕이 보낸 돼지가 살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돼지에게 좋은 집터를 잡아 주자 그 돼지가 복을 내려 왕건이 태어났고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복돼지였던 것이지요.

후에 개성 만월대에 고려 궁궐이 세워졌는데 그 부근에 '금돈허'라고 하는 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금돈허는 바로 금돼지의 집터로 용왕이 보낸 돼지가 살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적까지 남아 있기는 해도 용왕이 돼지를 전해 줬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 아닐 것입니다. 왕건이 고려를 세우고 왕이 되자 하늘의 도움, 용왕의 도움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뿐입니다. 다만 이러한 이야기가 지어지고 전해진 것은 원래 우리 민족이 돼지가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고 그만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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