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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우리밥과 반찬들 : 옛날 김치는 어땠을까?

독립출판 무간 2016. 8. 25. 09:29

 

우리가 요즘 먹는 김치는 대개 고춧가루로 버무려 붉은 빛이 납니다. 그런데 김치의 색이 붉게 된 것은 김치의 역사에서 보면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김치가 붉은 것은 빨간 고춧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7세기였고 본격적으로 우리 음식에 사용된 것은 18세기였습니다. 그러니 그 이전의 김치란 단순히 채소를 소금에 절인 것이었을 뿐입니다. 지금의 백김치나 동치미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지금 우리가 먹는 배추도 없었습니다. 물론 배추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 보는 배추와는 달랐습니다. 하얀 속잎이 겹겹이 포개어진 지금의 배추는 100여 년 전에 수입된 새로운 품종입니다. 그 이전에 있었던 배추는 잎이 겹겹이 포개어지지 않고 퍼런 잎이 뻣뻣하게 벌어져 있는 모양이었답니다. 물론 맛도 아삭아삭하지 않고 질겼을 테지요.

 

그래서 고대 김치는 배추김치보다는 무김치가 주류였습니다. 고춧가루가 들어오기 이전,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무를 소금에 절인 김치를 즐겨 먹었습니다.

 

고려 시대 말엽 이규보의 시에 무를 노래한 시가 있습니다.

 

장아찌를 담그면 여름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여 김치 담그면 겨우내 반찬 되네

땅 속에서 자리잡은 굵은 뿌리

잘 드는 칼로 베어 보니 배와 같네

 

오늘날과 같은 김치의 모습이 시작된 것은 18세기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 중반에 나온 <증보산림경제>라는 책에 김치 담그는 법이 나옵니다. 거기에는 총각김치 담그는 법도 나옵니다. 그 부분을 보면 잎줄기가 달린 무, 호박, 가지, 청각채 등의 채소와 고추, 천초, 겨자 등의 향신료를 섞고 마늘즙을 듬뿍 넣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총각김치에 넣지 않는 호박, 가지 등이 들어가고 고추 외에도 겨자, 천초가 들어가는 것이 조금 차이가 있네요. 이 책에는 오이소박이, 동치미, 배추김치, 가지김치, 굴김치, 전복김치 등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고추가 들어오기 전부터 마늘과 파 등 매운 것을 잘 먹었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를 넣어 먹기 이전에도 매운 맛이 나는 천초나 겨자 등을 넣어 먹어왔다는 얘기이지요. 그러다 매운 고추가 들어오자 그 매운 맛을 보고는 바로 김치에 넣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는 18세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고춧가루를  사용하기 전에도 붉은색 김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치에 붉은 맨드라미꽃을 넣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맨드라미를 장독대 옆에 심어 놓으면 맨드라미꽃의 붉은 색이 나쁜 기운을 물리쳐 장독을 보호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가면서 김치는 더욱 발전했습니다.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는 빨리 시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김치가 쉽게 시고 상했기 때문에 소금을 듬뿍 넣어 매우 짰습니다. 그런데 고춧가루를 넣으니 소금을 덜 넣고도 맛있는 김치를 오래 먹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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