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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우리밥과 반찬들 : 바닷속 초원, 김과 미역!

독립출판 무간 2016. 8. 24. 16:50

푸른 바다 속에는 육지와는 또다른 모습의 초원이 있습니다. 바다 밑으로 내려가면 갈색, 녹색, 연두색의 잎들이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흔들리고 있답니다. 바다 밑 모래나 돌에 붙어 사는 식물들, 또는 정착하지 않고 정처 없이 바닷물에 떠다니며 사는 식물들입니다. 그 식물들은 바닷속 작은 물고기들이 쉬는 보금자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 중에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것들도 있습니다. 바로 김, 다시마, 파래, 톳과 같은 것들입니다.

 

세계에서 바다의 식물은 해초를 먹는 민족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입니다. 바다 식물에는 건강에 좋은 요소들이 많아서 최근 새로운 건강 식품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참기름을 바르고 소금을 솔솔 뿌려 살짝 구워낸 구운 김은 고소하고 향긋합니다. 이렇게 구운 김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합니다. 그런데 외국 사람들은 김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 사람은 검은 종이도 먹습니까?"

 

영어로는 김을 '블랙 페이퍼' 즉 '검은 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먹는 식품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김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들은 김 먹는 사람을 검은 종이를 먹는 염소 보듯 신기하게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김을 먹어 왔습니다. 중국의 문헌 기록에 보면, 신라 사람들은 허리에 새끼줄을 매고 바닷속에 잠수하여 해조류를 채취한다고 했습니다. 밭에 배추씨를 뿌리고 배추 농사를 짓듯이, 바다에서도 바다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김 농사를 짓는다'라고 하면 자연 상태의 김을 따는 것이 아니라 김을 인공적으로 기르는 것을 말합니다. 바다에 일정한 구역을 만들어 김 씨를 뿌려 놓고 그 곳에서 깊이 자라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김 양식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 양식과 관련해서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을 만들어 먹게 된 유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삼백 년 전쯤 한 할머니가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는데, 바다에서 시커먼 것이 떠올라 왔습니다. 그것은 김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나무토막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나무 토막에 붙은 김을 떼어 먹어 보니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 뒤부터 할머니와 바닷가 사람들은 대나무를 바닷속에 세워 두고 거기에 붙는 김을 거둬서 먹었다고 합니다.

 

 

한편 미역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바다 식품입니다. 특히 아기를 낳은 산모는 꼭 미역국을 먹습니다. 미역은 몸에 좋은 성분이 매우 많아 아기를 낳느라 지친 몸을 빨리 회복하게 해 줍니다. 또 아기에게 먹일 젖도 잘 나오게 합니다.

 

그런데 아기를 낳은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풍속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고래가 새끼를 낳고 나서 미역을 뜯어 먹으며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을 보고 미역을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생일 날에도 미역국을 먹습니다. 생일 날 미역국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혹시 나를 낳으시고 미역국을 드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먹으라는 뜻이 아닐까요?

 

시험을 보러가는 사람들은 절대 미역국을 먹지 않습니다. "미역국 먹었다"라는 말은 시험에 떨어졌다는 뜻입니다. 미역이 미끌미끌해서 미끄러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말이지요. 미역의 미끌미끌한 부분은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소화를 도와주고 변비에도 좋습니다. 또 요즘에 나오는 식품들은 농약 등으로 오염된 것이 많아서 걱정인데, 미역의 미끌미끌한 부분은 나쁜 오염 물질들을 잡아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미역국, 미역무침을 잘 챙겨 먹읍시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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