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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시대의 그늘 고독사 : 누구도 그의 죽음을 몰랐다! 본문
나홀로 시대의 그늘 고독사 : 누구도 그의 죽음을 몰랐다!
혼자 살다 떠날 때도 혼자...!
이틀에 한 건 꼴 '쓸쓸한 마감'
2013년 서울 고독사 사례 162건
40대 후반∼50대 남성 고독사 많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홀로 살던 A(57)씨는 2013년 3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숨진 지 일주일 넘게 방치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평소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열어 둔 채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이 하자 보수 문제를 의논하려고 찾기 전까지 누구도 그의 죽음을 몰랐다. A씨 사례는 서울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고독사’ 유형 중 하나다. A씨처럼 홀로 지내다 임종을 지키는 사람 없이 숨진 뒤 일정 기간 방치되는 경우가 서울에서만 이틀에 한 건꼴로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문제에 대처하려면 고독사 개념부터 정립하고 죽음의 질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고독사는 사회현상”… 중년 남성이 최고 위험군
23일 서울시복지재단이 2013년 서울경찰청 변사 사건과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처리 현황 총 6716건을 분석한 결과, 그해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 ‘확실 사례’는 162건이었다. 확실 사례는 혼자 살다 숨진 뒤 최소 3일이 지나 발견된 게 확실한 경우로 한정했다. 이 중 84.57%가 남성(137건)이었고, 성별 미상인 4건을 제외하면 여성이 12.96%(21건)였다. 연령별로 보면 55∼59세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50∼54세(26건) △45∼49세(23건) △60∼64세(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에서는 ‘혼자 사는 45∼64세 남성’의 고독사 위험이 가장 높은 셈이다.
서울의 25개 자치구별로 관악구가 19건(11.7%)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노원구(18건), 구로구(17건), 강서구(13건), 강남구(9건) 순이었다. 시신 부패 정도 등의 기록이 충실하지 못해 확실 사례로 분류할 수 없는 고독사 ‘의심 사례’는 최다인 은평구 151건을 포함해 2181건에 달했다.
자치구별 고독사 위험의 특성은 확실·의심 사례를 더하면 한층 두드러진다. 2030세대와 6070세대 고독사는 각각 강남구(48건)와 노원구(65건)가 가장 많았다. 아파트 고독사는 노원구(94건)에서, 원룸 고독사는 관악구(22건)에서, 빌라(38건)와 오피스텔(12건) 고독사는 강남구에서 각각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의심 사례를 포함한 고독사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는 전체의 24.5%인 573건이었다. 고독사 중 자살 비율은 도봉구가 40.7%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는 자치구 중 유일하게 자살로 고독사한 여성(29명)이 남성(22명)보다 많았다.
고독사는 열악한 주거환경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확실 사례가 가장 많은 관악구의 경우 2010년 1인가구와 무보증 월세인 가구가 각각 8만4423가구와 7112가구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곳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연구위원은 “고독사는 1인가구 증가, 잦은 이주와 익명성이 강한 생활환경에 따른 사회적 관계망 단절 등이 맞물려 발생하는 사회현상”이라면서 “자치구별 상황에 따라 고독사를 막기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등 대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고독사 개념 정립 절실… 죽음에 대한 공론화 필요
쉽게 쓰이고 있는 고독사란 말은 2000년대 후반 언론에서 쓰기 시작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고독사 정의는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되거나 법적으로 정립되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행 중인 ‘홀로 사는 노인의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에서 고독사는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경과된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돼 있는 정도다.
고독사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없다보니 관련 통계도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고독사와 유사한 개념인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지자체별로 취합한다. 시신 인수자가 없어 지자체가 장례를 치르는 무연고 사망자 중 일부가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고독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82명에서 지난해 1245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1인가구의 고독사 방지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시니어희망공동체의 송영신 대표는 “고독사의 정의부터 내려야 관련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일정한 시간’을 3∼7일 정도로 수치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일장을 지내는 풍습과 ‘숨진 후 상당 기간’을 대개 일주일로 보는 사회 통념 등을 감안하면 고독사의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구원 변미리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은 “누구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제 삶의 질 문제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는지, 다시 말해 죽음의 질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며 “우리 사회의 고독사 문제를 통해 존엄한 죽음의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송영신 대표는 “우리나라는 내세관이 없는 유교적 생사관이 뿌리 깊다 보니 죽음에 관한 언급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죽음에 대한 얘기를 시작해야 죽음을 제대로 준비하고 현재 삶에 보다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60823194305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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