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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잡초를 식재료로 하는 기본 조리법

독립출판 무간 2016. 8. 14. 09:43

동물들은 풀을 날 것으로 먹는다. 사람만이 풀을 다양하게 먹는다. 불을 발견하기 전에는 사람도 동물처럼 풀을 날 것으로 먹었다. 겨울이 되기 전에는 연한 풀과 씨가 맺히는 곡물을 날 것으로 먹었다. 불을 사용하게 되면서 고기를 익혀서 먹듯이 억센 풀과 나물, 씨를 익혀서 먹기 시작했다. 익은 음식은 음식에 있던 소화효소들이 이미 죽어서 들어오기 때문에 사람에게 더 많은 소화능력을 요구했다. 세어진 줄기나 잎은 뜨거운 물에 데쳐서 먹는 방법으로, 더 세어진 풀뿌리는 푹 삶아서 먹는 방법으로 풀의 잎만이 아니라 뿌리, 줄기를 먹게 되었다.

 

불의 사용과 더불어 저장 방법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풀을 그늘에 말렸고, 나중에는 물에 불려 먹었다. 그러다가 불을 이용하여 끓는 물에 데쳐서 그늘에 말려 풀의 원형과 색깔을 보존하면서 오랫동안 저장하게 되었다. 건조하는 방법 외에 소금이나 설탕, 알코올, 식초 등 저장재료를 발견하면서 사람들은 더 오랫동안 풀의 정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재배채소보다 자연산을 찾는 이유도 영양소가 몇 배나 되고 맛이 월등한 탓이다. 인삼보다 산삼이 더 비싼 이유와도 같다.

 

음식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음식 장만이 힘겨운 노동이 된다. 그래서 패스트푸드가 생겨난 것이다. 너무 복잡한 조리법을 사용하면 식재 본연의 맛을 잃게 되므로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는 것이 오히려 식재가 가지고 있는 향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영양을 가장 완전하게 흡수하려면 생식을 해야 한다. 생식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더운 김에 살짝 찌는 것이고, 그 다음이 끓는 물에 살짝 데치기다. 데친 물에는 비타민이 많이 녹아 있으므로 조리할 때 삶은 물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쓴 맛이 우러나온 데친 물은 맛을 격감시키므로 사용하지 않는다. 삶아서 끓여 먹는 방법도 있다. 기름을 사용하여 요리하는 부침이나 튀김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조리방법도 가급적 단순해야 한다. 가능하면 칼을 사용하지 말고 손으로 뜯는다. '나물을 뜯는다'라는 말이 있다. 나물을 캐는 것은 냉이 등 뿌리를 식용하는 경우이며 나물을 '뜯는다'는 것은 잎을 먹는 경우를 말한다. 손으로 뜯는 것이지 칼로 뜯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식재들이 그러하듯이 손으로 직접 뜯어서 하는 요리가 좋다. 칼 같은 금속성이 닿으면 칼이 닿은 부위는 변질되고 재료를 먼저 썰어 두거나 물에 담가두면 영양과 식재 특유의 향이 사라진다. 데칠 경우에는 소금물을 이용해야 채소의 색깔이 선명하게 살아나 입맛을 돋운다.

 

잡초는 제철식재다. 제철에 가장 많이 나는 것을 먹어야 몸의 기운과 자연환경이 기운이 서로 어울린다. 찬 음식을 겨울에 먹으면 병에 걸리기 쉬운 것도 같은 이치다. 여름에 수확되는 음식은 대부분 찬 성질을, 가을에 수확되는 음식은 대부분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겨울에는 푸성귀를 먹지 않아도 건강에 지장이 없다. 대신 여름이나 가을에 말린 건나물을 먹거나 가을에 수확한 무, 고구마 등 뿌리 음식을 먹는다.

 

(변현단 글, 오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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