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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나물, 한번 입맛 들이면 미쳐 버리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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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는 무진장 늙었나봐, 나무껍질이 거칠고 거무스름하네"
새로 얻은 미산동 사무실, 대나무로 뒷담을 삼고 깊은 우물과 텃밭이 달린 옛집이다. 텃밭과 담길, 그 샛길 위로 늙은 가죽나무가 앙상하게 봄을 맞고 있다. 4월이면 잎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고동색 잎이 큰손 단풍잎처럼 뻗어나고 있고, 땅 아래에는 조그마한 새끼 잎사귀들이 여기저기서 오르기 시작한다.
어느 날, 오십대 아저씨들이 긴 막대기로 나뭇가지 사이를 휘저으면서 몸 가까이 가지를 잡아당긴 다음 잎사귀를 한손 가득 따낸다.
"뭐해요?"
낯선 남자들이 남의 집 마당에 들어와 나무를 휘젓는 게 몹시 불쾌했지만 친절하게 물었다.
"이거 가죽나무잖아요"
"왜 따는데요?"
"먹으려고. 아주 귀하거든요. 몰라요?"
"아, 어쩐지..."
일단 아는 척 한 뒤, 그들이 떠나고 나서야 나는 가죽나무 잎사귀를 만져보았다. 몇 주일 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먹는 것이라고 하니 그제야 관심을 보인 터. 낯설지 않은 향이 코를 자극한다. 내친 김에 잎을 떼어내 사각사각 씹어본다. 강한 향은 내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5~6살 무렵, 우리 집 단칸방 앞에 서 있었던 나무의 향이다. 나의 오감은 어린시절의 맛과 향을 잊지 않았던 게다. 추억 속에서 되살아난 입맛 덕분에 나는 그 후로 가죽나무 잎을 계속 뜯어먹기 시작했다. 혹여나 사람들이 뜯어갈까 바깥을 주시하면서.
5월이 되자 가죽나무 뿌리가 텃밭까지 뻗어 와 가죽나무 새순들이 텃밭을 덮어버렸다. 손이 닿지 않는 나뭇가지 대신 나는 텃밭에서 자라는 새순을 따 먹었다. 가죽나무 향은 기가 막힐 정도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향을 싫어한다. 그러나 한번 심취하면 거의 중독 증세를 보인다. 코와 입을 간질이는 그 향과 맛으로 가죽나물을 먹는가보다. 4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거의 매주 뜯어서 먹을 수 있다.
모양새는 옻나무와 비슷하다. 그러나 가죽나무는 향이 있다. 고목나무부터 어린 나무에 이르기까지 부드럽고 향이 있으며 손을 대어 마디를 부드럽게 꺾을 수 있다. 가죽나무는 '가중나무'라고도 부른다. 가죽나무는 이질에 많이 사용되던 민간 약초로 노인들이 즐겨 먹는다.
이렇게 먹자!
모든 식물이 그러하듯이 날 것으로 먹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가죽나무에 얽힌 나의 추억은 조금 다르다. 밀가루를 살짝 입혀 그늘에 꼬들꼬들하게 말린 다음 기름에 튀겨 먹으면 향과 맛이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기름을 조금 넣고 전을 부쳐서 먹어도 좋다. 살짜 데쳐서 나물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가죽나물은 다른 나물류와 함께 섞어 조리하지 않는 게 좋다. 향이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생잎으로 먹으면 약간 쓰고 향이 독특하지만 맛에 익숙해지면 반드시 다시 찾는다. 삽겹살을 구워 먹을 때 쌈으로 곁들여 먹을 수 도 있고, 무침을 하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수도 있다. 석쇠에 구워 먹기도 한다. 어떻게 먹든지 '자기 나름대로 알아서' 먹으면 된다.
가죽나물 부각
가죽나물, 찹쌀가루, 식용유, 통들깨, 고춧가루, 소금을 준비한다. 소금을 물에 넣고 긇여 가죽나물을 살짝 데친 후 채반에 놓고 꾸덕꾸덕하게 말린다. 찹쌀로 맑은 풀을 쑤어 식힌 후 가죽나물을 넣어 쓰윽 바르고 햇볕에 충분히 말린다. 이러한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색깔을 넣고 싶으면 고춧가루를 넣어 붉은 색의 찹쌀 풀을 쑤어 식힌다. 식은 후에 완전히 말린다. 말린 가죽나물을 습기 차지 않게 밀봉 보관하고 꺼내 먹을 때는 튀기거나 굽거나 찌는 등 입맛대로 먹는다.
가죽나물 장아찌
가죽나물을 살짝 데쳐 건진 다음 꾸득꾸득하게 말린다. 물에 간장을 7:3 비율로 섞어 반나절 정도 담가 절인다. 건져서 물기를 빼고 꾸득꾸득하게 마르면 물엿이나 매실, 야채효소액 약간, 고추장, 고추가루, 마늘, 통깨를 넣고 버무린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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