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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세상야

민들레 : 잡초의 대명사, 귀부인이 되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4. 09:33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2009년 이후 민들레는 계속 수난을 겪고 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빈 봉투와 과도 하나 달랑 들고 다니면서 보이는 족족 민들레를 캔다. 민들레 뿌리가 몸에 좋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는 농장식구들에게 민들레를 뜯어서 쌈채의 한 종류로 나가도록 조처했다.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 내가 농장에서 직접 쌈채를 포장한다면 모를까, 농장식구들은 늘 하우스 안에 있는 쌈채로 만족한다.

"민들레는 상용 음식으로서는 최고의 채소야. 밭에 널려져 있으니 몇 잎씩 뜯어서 같이 쌈으로 먹으라고."

이렇게 노래한 지 2년쯤 지난 뒤 텔레비전에서 민들레가 영약이라고 떠들어대자 그제야 농장식구들도 움직였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외부 사람들이 농장에 침범하여 민들레를 뿌리째 캐어 가서 남은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토종 민들레다"

미산동 허름한 집을 인수해서 사무실로 꾸며 이사한 뒤 봄이 오자 하얀 민들레가 갈라진 시멘트 마당 틈 사이로 피었다. 여기 저기 하얀 민들레가 거칠고 큼직하게 피었고, 노랑 민들레는 저쪽 귀퉁이에 한 두 뿌리 올랐다. 마당 틈 사이로 올라와 피어 있기에 사람들이 밝고 다닐 수 있다.

"여기 밟지 마세요. 조심하세요. 팻말을 세울 수도 없고, 어떡하지?"

하얀 민들레가 귀하디 귀한 토종 민들레라는 것을 설명하고 난 뒤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다니라고 주의를 주었다. 다음 날, 중고 탁자를 들고 연두 남성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당에 핀 민들레를 밟고 올라섰다.

"이런, 민들레 다 밟혔다. 이건 꺾였어"

"뭐 이런 잡초 갖고 그래요? 내 참"

"이게 민들레란 말예요. 토종 민들레. 시흥 바닥에서는 볼 수 없는 건데. 시골에나 가야 겨우 볼 수 있다고요. 씨를 받으려고 조심하고 있었던 건데"

사실 토종이 아니라고 해도 밟으면 안 된다. 나는 잡초라고 마구 밟지 않는다. 시멘트 틈 사이로 애기똥풀, 제비꽃, 마디풀, 애기땅빈대, 민들레, 짚신나물, 심지어 어디선가 날아온 결명자. 이런 것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이들의 쓰임새를 알게 된 이상 나에게는 모두 귀한 찬 재료이자 소중한 볼거리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잡초라고 하면서 무심코 밟고 다닌다.

"아니, 거기 밟으면 어떻게요?"

"아무 것도 안 심었잖아요. 잡초들뿐인데..."

"무슨 소리예요. 그거 부추잖아요. 목화도 심었고. 아직 안나서 그렇지"

두 뼘만 한 밭을 밟고 건너가는 사람을 보고 한 목소릴 높였다. 부추인지 잡초인지 사람들은 구분을 못한다. 부추를 가게에서 사서 먹어보았지 기른 상태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혹 기른 상태를 봤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그만이다. 잡초란 그런 것이다. 부추도 그녀에게는 잡초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모두 잡초에 해당되니까.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유용하지 않으면 모두 하찮게 여긴다. 그러다가 뭔가 효능이 알려지면 다들 호들갑을 떤다.

식물이 자신의 종족을 퍼뜨리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민들레처럼 씨가 바람에 날려 번식하는 경우가 있고, 움직이는 것들-동물, 사람, 곤충 등-에 묻어 번식을 하는 것도 있다. 서양민들레(노랑민들레)가 전국에 퍼진 것은 한국전쟁 이후다. 곡물이 수입되면서부터 하얀 토종민들레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에는 토종의 약호가 뛰어나다는 '소문' 때문에 토종 민들레를 기능성으로 재배하는 농사가 늘었다. 사람들은 대개 '토종'하면 '약'을 떠올리기 일쑤다. 토종약식도감이라. 사실 맞는 말이다. 모든 식물은 약이고 음식이니까. 약이 되는 음식이 제대로 된 음식이다.

 

이렇게 먹자!

민들레 잎은 생잎으로 먹는 것이 최고다. 예전에는 구황식물로 반찬이 아닌 약식으로 먹을 때도 있었다. 나물로 무치면 쌉쌀하다. 그래서 민들레는 날 것으로 먹거나 쌈으로 먹기도 하지만 생즙을 내어 먹기도 한다. 특히 음식을 잘못 먹어 배가 아플 때 민들레를 달여 먹으면 좋다. 기침, 폐결핵, 위궤양에 좋고, 산모의 젖이 부족할 때 나물로 먹거나 민들레 뿌리를 달여서 차로 먹어도 된다.

평소에 마시는 차처럼 달인 민들레 차를 3~4개월 복용하면 간 기능이 좋아진다. 간 기능이 아주 약화된 환자는 민들레차를 2~3개월 복용하면 완치된다. 중풍환자도 민들레차를 마시면 좋다. 민들레차는 따뜻하게 마셔야 한다. 맛은 구수하지만, 이뇨작용이 있어 많이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설사 증상을 보이면 잠시 끊었다가 양을 차츰 늘려간다. 민간요법에서는 십이지장궤양 치료제로도 사용하는데, 뿌리를 캐서 말려 가루를 내어 복용하거나 꿀로 환약을 만들어 먹는다. 위액 분비가 적으며, 음식이 잘 내려가지 않고, 배가 아프며, 변비가 있고, 간장 장애 증상이 있을 때도 이용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생즙으로 마신다. 해열작용에 약효가 있다. 민들레를 말렸다가 분말로 먹어도 좋다. 위염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다. 버짐이 난 사람은 민들레 뿌리를 말려서 가루로 먹고, 민들레 뿌리를 짓찧은 즙을 발라도 좋다. 체질 개선에도 이용된다. 흑설탕과 민들레를 3:7로 단지에 재워 15일 경과하면 체에 걸러 냉장보관하며 먹는다. 장기 복용하면 체질 개선 및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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