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별꽃... 하얗게 빛나는 별을 먹어봤니? 본문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미나리, 냉이, 쑥, 별꽃, 광대나물, 순무, 무. 봄에 먹는 일곱가지 풀이다. 미나리, 쑥, 냉이는 으레 먹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광대나물과 별꽃은 먹는 것으로 알지 못한다. 길가에서 흔히 보는 잡초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별꽃 역시 봄에 먹었다. 한겨울 움츠리고 지내며 푸른 잎을 먹지 못했던 우리들은 봄이 되면 부모들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동안 산나물과 들나물을 뜯으러 나갔다. 봄나물은 오랜만에 밥상을 신선하고 푸르게 만들었다. 이처럼 봄 밥상은 그 어떤 계절보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밥상이다. 겨우내 땅 속에서 자랐던 뿌리를 통째로 먹는 냉이, 민들레, 뽀리뱅이, 지칭개, 씀바귀 등은 나른한 몸을 보신해 주던 들의 산삼이었다.
요즘은 봄이든 겨울이든 먹을 게 풍성하다. 겨울에도 봄나물을 먹을 수 있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봄에도 다양한 여름 푸성귀를 먹는다. 비닐하스 재배는 한 계절 앞서서 먹을 수 있고, 사계절 내내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제철음식이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나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식료품 수출입으로 인해 먹을 것은 더욱 풍성해졌다. 배추와 무, 양파는 대부분 가까운 중국에서 넘어온다. 식당에서 먹는 김치도 거의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로 만든 것들이다. 그밖에도 가공된 것들이 수없이 많다. 이렇게 계절도 없이, 얼굴도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식료품들로 인해 이제 우리는 봄나물을 뜯으러 나갈 기회조차 잃어버렸다.
많은 봄나물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잊힌 채 어린 시절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별꽃이다. 5월이면 연한 녹색 줄기가 밭 가장자리나 길가에서 자란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나와 20~30센티미터 정도로 나지막하게 모여 자란다. 하얀 꽃이 5~6월에 피고 나서야 별꽃인 줄 알기도 한다.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피는 하얀 꽃이 마치 자그마한 별이 땅에 흩어져 있는 것 같이 보여 별꽃이라고 부른다.
별꽃의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식용하는데, 별꽃에는 특히 약성이 풍부하다. 단백질, 칼슘, 철 같은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영양도 높다. 특히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혈액을 깨끗하게 하며, 젖을 잘 나오게 한다. 또 잇몸병이나 충치, 맹장염, 장염, 장궤양 등 많은 염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별꽃을 많이 뜯어다가 생즙을 내어 장복하거나 별꽃 전체를 말려 다린 물을 마시면 이 모든 증상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별꽃은 봄철에 나오니 봄철 반찬으로 먹으면 된다. 여름에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잡초를 음식으로 먹을 수 있다. 잡초로 장아찌를 만들거나 말려서 보관하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다. 들나물과 산나물이 올라간 밥상은 그 자체로 약이었다. 이런 밥상을 물리치고 사람들은 덧없이 건강한 음식을 찾아 헤맨다. 자신이 딛고 있는 땅, 그 발치 아래 자라는 잡초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과연 언제쯤 깨닫게 될까?
이렇게 먹자!
봄에는 별꽃을 반찬으로 먹고 나머지는 별꽃 엑기스를 만들어 쓴다. 별꽃 생즙을 만든 다음에 질그릇에 넣고 약한 불로 걸쭉래질 때까지 졸여서 햇볕에 말려 가루로 만들어 두면 여러 해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별꽃 엑기스는 장을 튼튼하게 하고 장에 필요한 균을 길러 주어 비타민 B의 흡수를 돕는다. 예부터 맹장염의 특효약이라 할 만큼 장염, 장궤양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별꽃 엑기스를 하루 3~5번 잇몸에 바르면 흔들거리는 이가 일주일쯤이면 흔들리지 않게 되고, 잇몸의 염증도 낫는다. 분말로 만들어진 별꽃을 같은 양의 죽염과 섞어 양치질을 해도 좋다. 또 산후에 젖을 잘 나오게 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미역국 대신에 별꽃 나물과 별꽃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젖이 잘 나올 뿐만 아니라, 산후 회복도 빠르고 피가 맑아진다. 별꽃 생즙을 내어 아침저녁으로 얼굴에 발라 두었다가 물로 깨끗하게 씻어내기를 10~15일 동안 반복하면 주근깨가 깨끗이 사라진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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