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비름이 비듬이야? 참비름, 개비름, 털비름 본문

풀꽃세상야

비름이 비듬이야? 참비름, 개비름, 털비름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0:35

1. 참비름

 

2. 개비름

 

3. 털비름

(사진출처 : Daum 검색 이미지)

 

"왜 하필 비듬일까?"

"비름나물 꽃이 나올 적에 잎에 묻어나오는 것이 꼭 비듬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거야. 봐, 색깔이 하얗지?"

내 애기를 들은 사무실 사람들은 '맞다'고 생각하는지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1분도 안 되어 '속았다'며 자성하는 소리가 들린다. 비듬처럼 생겨서 비듬은 아니겠지만, '현채'라고도 부른다. 농사를 짓다보면 제일 먼저 접하는 잡초가 비름나물이다. 비름나물은 춘분이 지난 뒤 감자밭과 밭길, 빈터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심지어 공사현장의 담 틈에서도 자란다. 기름진 땅에서 자란다고 비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퇴비장 주변에는 어김없이 비름이 있기 때문이다.

비름은 새순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한여름이 지나고 꽃이 피어 억세고 크게 보여도 데치면 부드러워진다. 예전부터 나물로 먹는 것을 흔히 참비름이고 했다. 참비름은 잎이 작으면서 줄기가 연한 붉은 빛을 띠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고구마와 잡초가 무성한 밭, 서로 햇볕 받기 경쟁을 하는지 비름나물조차 1미터를 훌쩍 넘어선다. 잡초로 뒤엉킨 척박한 땅에서도 개비름과 털비름이 섞여 자란다. 털비름은 3미터까지 큰다.

토양이 부실하고 강수량이 적은 경우, 농작물의 양분 흡수 영역을 확장시켜야 한다. 이 때 좋은 잡초가 땅 깊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 비름과 흰명아주, 해바라기 같은 잡초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키가 무성하게 크는 잡초로 땅 깊은 곳에서 수분과 무기질, 그리고 질소와 같은 영양분을 끌어올려 농작물이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구마에게는 비름이나 명아주를 싫어할 이유가 없다. 뽑아버릴 게 아니라 뜯어서 먹을 일이다.

나무처럼 잎도 크고 솜털이 많이 나 있는 비름을 뜯으니 "그건 못 먹는 거야"라고 한다. "아냐, 이것도 먹을 수 있어. 단지 맛이 없어서 개비름이라고 하는 거지." 맛이 없거나 못나거나 하면 '개'자를 붙이는 건 우리나라 언어의 관행이다. 개비름, 개망초, 개똥이. 개여뀌, 개질경이, 개현호색, 개싸리, 개별꽃, 개벚나무, 개방동사니, 개방가지똥, 개박하, 개민들레, 개고들빼기, 개돌나물, 개두릅나무 등 원래의 이름 앞에 '개'를 넣는다. 아마도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비름은 비름인데 참비름이 있고 개비름이 있다. 비름이 자라면서 변형이 일어나니 원래 먹던 비름과 구분하려고 참비름이라고 하고, 다른 것에 개비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개비름의 맛도 털비름의 맛도 모두 괜찮은 편이다. 삶으면 모두 부드럽고 맛있다. 개비름과 털비름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무쳐 먹으면 그 맛은 환상이다. 개비름이나 털비름에 참기름이 들어가면 더욱 맛이 좋아져서 참비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볶는 요리도 있는데 잎이 연한 까닭에 센 불에서 빨리 볶아내면 좋다. 중국에서는 삶고 데쳐서 무치는 요리보다 센 불에 빨리 볶아내는 요리가 많다. 어린잎이라도 빨리 볶아내면 어린잎에 있는 영양소나 맛이 파괴되지 않는다.

비름나물은 6월부터 꽃망울이 달린다. 그렇다고 못 먹는 것이 아니다. 함께 데쳐서 양념해서 먹으면 된ㄷ. 데쳐서 먹는 맛이 일품이라 기름에 튀겨도 좋지만 되도록 기름은 사용하지 않길 바란다. 담백한 맛으로 먹는 것이 나물의 참 맛이니까. 참비름과 개비름 그리고 털비름. 참 맛있다고 해서 참비름, 개 취급 받아서 개비름, 털이 많다고 털비름이다.

털비름은 3~11월까지 자라는데 집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밭에서 자라는 것 중 제일 크게 자라며 질소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털비름도 개비름이나 참비름처럼 어린순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이 자란 뒤에도 잎을 삶아서 먹을 수 있다. 비름나물은 손끝의 버무림이 '참'맛을 불러 일으키듯이 털비름도 먹을 수 있다. 참비름이든 개비름이든 혀끝 맛인지라, 손끝으로 요리해서 먹으면 그 어떤 것도 맛있다. 예전부터 비름나물은 엄마의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밥상에 올릴 때 더욱 맛있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나물에 양념이 제대로 무쳐지지 않거니와 손끝에서 나오는 엄마의 기운이 전달되지 않는다. 요즘 주부들은 음식을 만들 때 비닐장갑을 애용한다. 손에 묻지 않아 편리하고 위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결코 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닐이나 고무장갑에서 묻어 나오는 게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석유로 만든 비닐에서 좋은 게 나올 리 있겠는가?

 

이렇게 먹자!

 

비름나물

비름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물기를 꼭 짠다. 물기를 없앤 비름에 다진 파, 마늘, 깨소금을 넣고 담백하게 먹는다. 된장과 고추장을 넣고 무쳐도 좋다. 양념이 배면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쳐 다시 한 번 무친다.

 

비름국

끓는 물에 비름을 넣었다가 바로 건져서 찬물에 헹군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 국을 끓인 후 조개나 멸치, 새우를 넣고 맛이 우러나면 비름을 넣고 약 20분 정도 더 끓이다가 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비름 녹즙

비름의 잎 또는 줄기를 깨끗이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썬 다음 녹즙기에 넣어 즙을 낸다. 그냥 먹기에는 쓴 맛이 강하므로 설탕으로 감미하고 물에 타서 먹는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