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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밑씻개 : 애증의 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 얼마나 미웠으면...! 본문

풀꽃세상야

며느리밑씻개 : 애증의 관계... 시어머니와 며느리, 얼마나 미웠으면...!

독립출판 무간 2016. 8. 13. 20:29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밭 가장자리에 난 환삼덩굴 사이로 삐죽 나와 있는 것을 들춰내면서 "요게 바로 며느리밑씻개야"하고 설명한다. 맨손으로 끄집어내려다 여지없이 손등을 긁혀버리고 말았다. 뜨거운 여름 날 땀을 훔쳐가면서 밭일을 하다가 무심결에 풀에 상처를 입으면 땀이 밴 피부는 어느 때보다 쓰리다. 이 때 나오는 소리가 바로 "에이, 요년!"이다. 그럴 만하다.

제대로 된 유기농사는 순환농사다. 순환농사는 분뇨를 함부로 취급하지 않으므로 유기농사꾼은 거의 다 생태화장실을 만든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똥은 제대로 사용할 지 모르나 똥을 닦는 데는 여전히 화장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장지는 태워 없앨 수 있다 하더라도 화장지를 만드는 목재를 생각하면 분명 생태순환에는 좋지 않다. 예전에는 신문지로 코도 닦고 밑도 닦았다. 새끼줄이나 지푸라기를 사용하기도 했고, 시골 재래식 화장실에세는 넓적한 풀을 베어다 놓고 쓰기도 했다. 그것이 통과 섞여 좋은 탄질 비료를 만들었고.

나는 산에 가거나 밭일을 하다가 굳이 화장실을 찾아가지 않는다. 어둑할 무렵이나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밭처럼 좋은 화장실이 없기 때문이다. 풀내음도 좋고 엉덩이를 살짝 간질이는 풀들의 느낌도 좋다. 옆에 있는 풀을 뜯어서 밑 닦이로 쓰면 더없이 행복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그리 곱지 않던 옛날, 시어머니가 풀을 베어 화장실에 가져다 놓았다. 평소에는 며느리가 할 일이지만 그 날따라 시어머니가 기분 좋게 풀을 베어 가져다 놓았다. 며느리는 여느 때처럼 화장실에 들어갔다. 이어서 며느리가 나오는데 엉덩이는 엉거주춤, 얼굴은 잔뜩 굳어져 있다. 미운 며느리 약 올리려고 시어머니가 잎이 까칠하고 살이 긁히는 풀을 베어다 놓은 것이다. 며느리는 그것도 모르고 밑을 닦았던 터. 그래서 이 까칠한 풀은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며느리를 밑 닦이로 놀리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게 좀 험하다 싶지만 며느리밑씻개의 모양을 보면 미움 속에 다져지는 정감이 배어 나온다. 배꼽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며느리배꼽'을 보면 꼭 아기 배꼽처럼 예쁘다. 시어머니가 그렇게 심술을 부린 것이 미안해서 그런지 며느리배꼽은 시어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표현이다. 아기 배꼽처럼 귀엽고 어여쁜 모양을 보면 시부모와 며느리 사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간요법에서는 며느리배꼽의 어린잎과 줄기를 먹는다. 밑씻개 전초를 며느리배꼽처럼 해독, 습진, 치질, 피부병, 식욕촉진, 자궁하수 치료에 쓴다. 잎의 끝은 배꼽보다 삼각형이고, 더욱 뾰족하며, 잎자루가 잎밑에 달렸다. 며느리밑씻개는 환삼덩굴처럼 길게 뻗어 여러 풀을 휘감아 오른다. 줄기와 잎 뒷면에 가시가 나 있어, 나처럼 멋모르고 입에 가져가 씹으려 하다가는 혀끝과 입술이 가시에 베일 수도 있다. 풀을 모를 때는 잎을 따서 손으로 만져보고 향을 맡아본다. 그리고 입에 가져가 조금 씹어 먹어본다. 쓰거나 시거나 달짝지근하면 먹을 수 있 있지만 맛이 독한 것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독이 있는 것은 맛 자체만으로도 독하다.

 

 이렇게 먹자!

며느리밑씻개의 잎은 쌉싸래하고 시큼하다. 맑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 모양이 비슷한 친척인 며느리배꼽도 맛은 유사하다. 생것으로 먹자면 밑씻개가 더 정갈하다. 신 맛이 있어 입맛을 돋우는데, 어리고 부드러운 잎은 생으로 먹거나 생즙을 내어 마신다. 며느리밑씻개나 배꼽은 잎사귀를 샐러드로 먹거나 살짝 데치면 잎 뒤면의 가시 같은 까칠한 느낌이 사라진다. 밥에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풍미가 배가 된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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