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어성초, 풀에서 생선 냄새가 나네? 본문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포토)
어성초 비누, 어성초 스킨로션을 비롯해 어성초가 들어간 목욕용품과 화장품이 어느 날 갑자기 대박상품이 되었다. 아토피 피부에 어성초가 특효라고 했더니, 모두들 앞 다투어 어성초에 열을 낸다. 그런데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어성초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지 못한다. 어성초가 특별히 재배되는 식물인지, 아니면 들에 나는 잡초인지, 산에서 나는 약초인지 모른 채, 그저 좋다는 말만 믿고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에 '속기 쉬운 대상'일 뿐이다. 사실 소비자를 왕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소비자를 자신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돈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통로쯤으로 생각할 따름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제대로 '왕' 대접을 받으려면 직접 '생산자'가 되거나 '생산'을 잘 알아야 한다. 어성초가 무엇인지, 어성초가 그렇게 효과가 좋은 건지, 아니면 '어성초만이 좋은 건지'도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어성초는 원래 '약모밀'이라는 약초다. 삼백초가 강장제로 귀한 대접을 받지만 어성초는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아토피 피부질환이 국민적 질환이 되어버리자 스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연두 밭에서는 어성초를 잡초로 친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땅까지 점령해버려서 일년에 두차례 어성초 뿌리까지 베어버리는 제초작업을 한다. 올해는 다행이 버리지 않고 잎부터 뿌리까지 사용하고 있다. 농사짓기 첫 해, 나는 어성초에 충방제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일산에서 다섯뿌리를 캐어왔다. 5년이 지난 지금 그것들은 잡초처럼 번성했다. 습한 곳에서 자 자란다고 하여 물기 많은 가장자리에 심었고, 3년째부너는 상추와 함께 길렀다.
어성초란 이름은 잎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나는 이 냄새를 지독하게 싫어한다. 어성초로 만든 차는 좋아하지만 냄새 때문에 직접 어성초잎을 따지는 않는다. 어성초를 만지면 하루 내내 손에서 비린내가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생선 비린내도 이 정도는 아닌데. 하지만 어떤 이는 어성초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진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다르니까.
어성초는 혈액순환에 좋다. 그래서 차로 애용된다. 건조시킨 어성초잎을 끓여서 물에 섞어 목욕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다토피에 좋은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나쁜 피 즉 어혈을 풀고 혈액을 맑게 하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살균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어성초의 대표적인 약성은 '살균'이다. 어성초에는 항균성과 살균성이 동시에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이 소리쟁이의 뿌리다. 소리쟁이 뿌리도 살균효과로 인해 약으로 사용된다. 어성초나 소리쟁이 뿌리는 사람이 먹을 뿐 아니라 농사에 살균제로 쓰기도 한다.
농자재로 쓸 때는 어성초잎을 즙으로 내어 바로 쓰는 것이 좋다. 어성초를 알코올에 담가 6개월 정도 두었다가 충균제로 사용해도 된다. 피부가 약하거나 아토피성 질환이 있을 때 얼굴과 몸에 화장수로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알코올은 세포막 내에 들어가 세포안의 세균을 응고시켜 죽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살균에 탁월한 어성초의 효과를 증폭시킨다. 어성초는 쑥처럼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풀이다. 자궁염이나 요도염 등에 효과가 있으므로 건조된 것을 다려서 먹으면 좋다.
어성초는 돼지나 닭들에게 항생제 역할을 하는 사료다. 돼지나 닭 우리 주변에 심어 놓으면 좋다. 그러면 돼지들이 자연스럽게 잎사귀를 먹게 된다. 어성초를 한 뿌리 정도 집에 가져다 놓으면 모기나 벌레들이 달려들지 않는다. 습지고 더러운 곳에서 번성하는 모기나 벌레들이 벌레들이 달려들지 못하게끔 해주는 것이다. 어쩌다 습지에 뿌리내린 어성초 하나가 얼마 뒤엔 그 주변을 몽땅 잠식하는 것을 보면 어성초는 정녕 잡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밭에서는 적어도 환영받는 잡초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먹자!
어성초를 즙이나 쌈으로 먹는 사람은 비위가 상당히 좋은 사람이다. 나는 도저히 안 된다. 어성초를 말리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차는 이같은 특성을 이용해서 만든다. 어성초로 차를 만들려면 10월에 입을 따서 그늘에 말리거나 실내온도가 30도 정도되는 펄펄 끓는 방에서 이틀 정도 뒤적이며 말린 다음, 그늘에 놓아두어 비린내가 사라지게 한다. 그러면 아주 좋은 차가 된다. 어성초로 만든 차를 상시 음용하면 혈액순환에 좋다. 또 항균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어성초술은 어성초 뿌리를 소주에 담가서 만든 것으로 강장제로도 널리 이용된다. 어성초 뿌리는 해가 거듭될수록 굵어진다. 어성초잎과 줄기 모두 말려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면 좋다. 화장수를 만들 때나 차로 마실 때 혹은 농자재로 쓸 때도 말이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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