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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타운... 속도를 늦추면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2. 07:10

시즈오카 현 가케가와 시에서는 신무라 준이치 시장을 선두로 이전부터 고령자 복지와 평생교육을 중시한 지역 만들기 사업을 펼쳐왔는데, 여기에 '슬로 라이프'라는 말을 조합하여, 2002년 11월 '슬로 라이프 시티 선언'을 발표했다. 경제적인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도쿄 중심의 일본사회에서 이제껏 경시되어 온 가치를 지방자치체에서 받아들인 예로서 주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고령화된 복지사회가 지역의 평생교육(slow education)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민들에게 활력 넘치고 아름답게 늙어가기(slow aging)를 제창한 점은 확실히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흔히 미디어에서는 고령화의 그늘진 측면만 강조되기 쉽다. 거기에는 인구 증가나 풍부한 젊은 노동력을 전제로 한 '성장형 경제관점'에서 나온 우려가 넘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케가와 시는 이러한 경제성장 지상주의로부터 벗어나, 나이 먹는 일의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가케가와 시의 움직임과 더불어 52개 시군구가 모여  슬로 타운 연맹을 결성했다. 거기에서도 다음과 같은 점이 논의 되었다.

 

"전후 일본은 구미 제국을 따라잡고 추월하겠다는 목표로 정치, 경제의 중앙 집권 시스템의 경제대국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해왔다. 하지만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이와 같은 전후 50년의 가치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밖의 많은 지방자치체들이 이 '슬로'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슬로'라는 말이 생산과 소비를 지역 안에서 서로 연결짓는 지산지소(지역의 생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미) 운동이나 지방분권을 촉구하는 흐름과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먹거리와 농업의 문제에 뜨거운 관심을 기울이는 생산지 사람들은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 푸드 운동에 관심이 많다.

 

'슬로 타운 연맹'의 멤버이기도 한 후쿠시마 현 이이다테 지역의 간노 노리오 촌장은 '슬로'라는 말이 일본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느리게 사는 일의 가치를 지역 조성 사업의 기본으로 삼자고 제안해 왔다. 1935년에 그가 쓴 <속도를 줄이자>라는 선언문은 이러한 '슬로타운' 운동의 흐름을 한발 앞서 나아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능률주의, 효율주의, 합리주의, 경제성이라는 관점에서는 진정한 정신 활동이 생겨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속도를 늦추어야할 필요가 있다. 달리고 있는 사람은 걷도록 한다. 걷고 있는 사람은 잠시 멈춰 선다. 멈춰 서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보자. 그러면 먼 발치에 핀 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에 들어온다. '분발!'을 조금만 늦춰 보면, 분명 눈앞의 풍경이 달라 보인다. 세상의 남자들이여,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도 얼마쯤은 해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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