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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 대 즐거움... 편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2. 08:01

지방에 가면 '이제 시골도 많이 편리해졌지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 걸까? 고속도로, 휴대전화, 편의점, 자동판매기, 전자동 가전제품과 목욕시설... 편리함은 실로 현대사회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편리함의 좋은 점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어딘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심한 경우 이단시될지도 모른다. 편리함을 위해서는 상당한 희생이 따라야 하는데도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서 별 불만이 없는 듯하다. 어쨌거나 편리함은 일종의 종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러르고, 그 앞에 남짝 엎드린다.

 

자동 도어 시스템을 만드는 업자가 있고, 그러한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액정을 이용해서 '1년 내내 보고 즐길 수 있는' 인공 반딧불이를 발명한 과학자가 있고,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지금 4만 개가 넘는 편의점과 555만여 대의 자판기가 언제 찾아올지 모를 변덕스러운 손님들을 기다리면서 밤거리를 밝히고 있다. 정말로 편리하기 짝이 없는 기계다.

 

'편리교'의 위험에 대해 마침내 사람들이 신중하게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세기의 끝자락에 이르러서다. 편리함이 그 음지에서 여러 불편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결국 깨닫게 된 것이다. 편리함의 가장 큰 문제는 공해와 환경 파괴다. 사람들은 편리함이 우리들의 생존 기반인 생태계를 훼손시킴으로써 얻어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다. 편리함은 그것을 향유하는 우리들의 능력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마음과 몸의 건강을 상하게 하고 살아가는 즐거움을 빼앗는다.

 

일본의 경우 '락'이라는 한자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즐거움과 쾌락을 뜻하는 '락'. 또 하나는 편리함과 간단함을 뜻하는 '락'. 평소 알고 지내는 중국인 학자에게 물어 보았다. 중국에서도 '락'이라는 글자가 즐거움과 동시에 편리함이나 간단함을 뜻하는지. 그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듣고 보니, 아무래도 이러한 현상의 저변에는 일본 편리교의 덫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일본에서는 과연 언제부터 '즐거운 일'과 '편한 일'이 한 덩어리가 되었을까? 최근 십수 년 사이에 이 두 가지를 혼동하고, 마치 이들이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편한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 즐거운 일이 때로는 어렵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하며,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렵고 복잡하고 성가시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더 즐거워진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으며, 편리하고 손쉬운 일이 우리들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까닭으로 우리는 역시 '즐거움'과 '편리함'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빠른 쾌락을 손에 넣기 위해서, 느리고 깊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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