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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북'의 눈에 피눈물 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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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북'의 눈에 피눈물 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1. 20:08

느림에 관해 생각하는 일은, 남북 문제(적도를 기준으로 대략 지구의 북반구에 집중하고 있는 선진 공업국과 남반구에 걸쳐 있는 발전도상국 간의 경제 격차와 거기에 따르는 모든 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는 일이기도 하다. '북'에 있어서의 고속 생활은 '남'의 희생 위에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수치를 통해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세계 20퍼센트의 인구가 80퍼센트의 자연 자원을 소비하고, GDP의 86퍼센트, 이산화탄소 배출의 75퍼센트, 전화 회선의 74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특히 세계 인구의 5퍼센트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는 세계 자동차의 32퍼센트를 소유하고 있고, 이산화탄소의 22퍼센트를 배출하며,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가축 사료로 소비하고 있다. 1940년까지 인류가 사용한 것과 동일한 양의 광물 자원을 미국인들은 지난 60년 동안 소비했다. 미국인은 1인당 방글라데시인 168명 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지구 상의 인간 모두가 북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구 4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더 빨리, 더 많이'의 현실 사회가 낳은 이토록 그로테스크한 격차를 보라. 국제 평화라든가 정의, 평등, 민주주의 등을 말하는 사람은 '슬로다운', 즉 '느리게, 적게'의 생활 방식에 관해서 이제 슬슬 심각하게 고려해 볼 떄가 되지 않았을까. 다다 미치타로는 <태만의 사상>에 나오는 에도 시대의 우스갯소리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노인 : 젊음이란 게 뭐겠어. 벌떡 일어나서 얼른 일을 하라구!

젊은이 : 일을 하면 어찌 되나요?

노인 :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되잖아!

젊은이 : 돈을 벌면 어찌 되나요?

노인 : 부자가 되지!

젊은이 : 부자가 되면 어찌 되나요?

노인 : 부자가 되면 놀면서 지낼 수 있지!

젊은이 : 네에,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다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에도 시대 노인과 젊은이의 대화는, 북반구의 선진국 엘리트들과 남반구의 발전도상국 국민들 사이의 발전을 둘러싼 대화에 그대로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남미에서도 이와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네에, 저는 벌써 놀면서 지내는 걸요. 그러니 날 그냥 좀 내버려 둬요'하는 식의 넉살 좋은 태도는 이미 20세기 끄트머리에 이르면서 점점 더 압박을 받게 되어 그 숨통마저 죄여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같은 시기, 세계화의 가속화된 침투에 대해서 과거에 없던 대규모적인 반동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덧 또한 사실이다. 그러한 상징 중 하나가 1998년 말 WTO에 항의하여 벌어진 '시애틀 데모'이다.

 

전 세계에 서구화와 근대화의 물결이 밀려드는 것과 병행하여, 이질적인 문명이 이른바 비경으로부터 새롭게 주목받는 재미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다다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그러한 이질 문명에 의해서 선진국의 문명이 오히려 감화되고 문화쇼크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빠빠라기>에서 투이아비는 이렇게 말한다.

"배물리 먹고, 머리 위에 지붕을 지니고, 마을 광장에서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 신은 우리들에게 일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어째서 그 이상 더 일해야 하는 것일까."

 

빠빠라기는 여기에 대해 정직하게 대답하지도 않고, 자신의 의견을 말해 주지도 않는다. 투이아비의 이러한 물음에 정직하게 답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에도 시대의 우스갯소리에 나오는 젊은이의 물음에 대해서도, 또 '남족' 사람들의 물음에 대해서도, 우리 빠빠라기들은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윤구병, 잡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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