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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 내 안에 있는 생명의 텃밭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4:18

현재 인류의 전반이라 일컬어지는 도시 인구가 금세기 중반에는 3분의 2 이상이 된다고 한다. 인간은 점점 더 자연에서 멀어져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자연관이나 인간관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대도시의 콘크리트 정글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신체는 이른바 최후의 대자연이다. 심각해져만 가는 환경 위기가 이제까지 우리가 대자연과 맺은 조화롭지 못한 관계의 결과라고 한다면, 남겨진 대자연인 신체는 이 불행한 관계를 회복할 최후의 기회이며, 희미한 희망의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학자인 다케무라 신이치의 말을 비리면 '슬로 메디신(slow medicine)'이란 그러한 내적 자연을 발견해 나가는 다양한 길이다.

 

근대 서양의 과학 사상은 자연 전체를 하나의 기계로 봄으로써 그것이 작동하는 법칙을 발견하려고 해 왔다. 이러한 발상에 기초를 둔 현대 의학은 신체를 기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여겨 왔다. 대체 의학에 밝으며, 침구사이자 번역가인 우에노 게이이치에 따르면, 이런 단순화는 의료를 과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편리했지만, 신체, 정신, 영성이라는 세 영역에 걸쳐 있는 인간을 눈에 보이는 부분, '몸'이라는 물질로 단순 환원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정신과 영성으로부터 멀어진 물질로서의 몸은 끊임없이 의료가 감시하고 개입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져 버릴지도 모를 나약하고 무력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대체 의학이란 이러한 현대 의학의 신체관을 대신하는 통합적인 신체관에 기초하여 폭 넓은 의료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그것이 때로 보완 의학이라 불리는 것은 대체 의학이 현대 의학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다른 방면에서 발전해 온 다양한 의료의 흐름을 연계하고 보완한다고 여기기 때무이다. 우에노가 소개하는 '정원은 나, 나는 정원'이라는 말은 이러한 대체 의학의 관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몸을 '정원'으로, 자기 자신은 그것을 '보살피는 사람'으로 생각해 보자. 몸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적인 정원이며, 나아가 자신과 몸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 정원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원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이 정원의 소유자가 아니다. 정원은 어디까지나 신 혹은 우주, 자연계로부터 무상으로 대여받고 언젠가 돌려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까지 보살피는 역할을 맡은 나는 날마다 열심히 자신의 정원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된다.

 

보살피는 역할을 맡은 나는 자신의 일을 전문가인 정원사에게 몽땅 맡겨 버릴 수만은 없다. 어째서일까? 우에노에 따르면 정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들 - 호흡하는 일, 음식물을 섭취하는 일, 운동하는 일, 생각하는 일, 관계를 맺는 일, 배설하는 일, 자는 일 등은 아무리 훌륭한 정원사일지라도 '정원인 자신'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전통 의학에 '단전'이라는 것이 있다. 다케무라는 그것이 외부로부터 따로 약을 가져오지 않더라도 스스로 잘 가꾸기만 하면 무한의 묘약(단)을 낳는 생명의 텃밭이 우리 몸 속에 있음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잘 경작하는 방법으로서 기공이나 요가 등의 신체 기술이 고안되어 왔다.

 

대자연의 소우주인 신체와 새롭게 만나는 것을 계기로, 우리는 그 신체를 지탱하고 기르는 생태계라는 거대 우주 속에 다시 새롭게 사는 것을 배워가게 될 것이다.

 

(쓰지 신이치 지음 / 김향 옮김, "우리가 꿈꾸는 또다른 삶, 슬로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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