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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과학과 생명공학은 생명의 외경을 철저히 무사한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09:16

단순히 다양성을 인정하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천하는 일이 급선무다. 지금은 다양한 품종을 고작해야 균일화된 제품의 원료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이는 유전자산업의 일반적인 편견일 뿐이다. 다양성을 본래적 가치로 보는 입장과 산업자원 정도로 보는 견해는 권력, 통제, 재산의 문제와 맞물려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어느 지역을 찾아가 누구를 만나 얘기를 나눠보아도, 생명은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또 생명을 이용할 땐 외경의 마음가집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나 근대과학과 생명공학은 생명의 외경을 철저히 무시한다. 이들은 생명을 가진 존재에도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이 노리는 특허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발명품이 아니라 발견한 내용을 '재산'으로 주장하는 특허다. 이들이 특허라는 명목으로 찾취한 지식은 주로 산업화된 국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당사자인 '제3 세계'에서는 이미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졌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인도의 우림지역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님나무에서 효능이 뛰어난 살충제를 추출해 사용해왔다. 그런데도 미국의 어떤 연구팀은 이들의 전통적 기술을 관찰만 한 결과를 가지고 특허를 출원했다. 지금 이들은 님나무의 이용권을 얻었다. 더구나 어이없는 일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 기술을 이용해 온 인도인들이 이제는 특허법 위반으로 기소될 처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새로운' 유전자 조작 유기체에 관한 특허다. 하지만, 이 특허는 발명자의 재산권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된 유기체에서 번식된 후손에게도 확장하여 적용된다. 이것은 매우 단순하고 유치한 논리를 근거로 한다. 유기체는 유전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새로운 방식으로 이 유전자들을 재조합한 사람은 이후의 전체 유기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창조자'라는 발상이다. 실로 기계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유전자를 새롭게 조합하여 실제로 살아 있는 어떤 유기체를 만들어낸 경우가 아니라 해도, 그 기술만으로도 얼마든지 '창조자'의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발상을 근거로 생명공학자들은 그들의 '산출물'이 새로운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다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가 위험한 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공격받으면, 여전히 '정상적인 돼지일 뿐'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를 부리며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다.

 

생명공학은 갈수록 단일품종 재배로 가는 추세를 업고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려 한다. 피조물 자체보다는 '생명공학 자원'에만 관심이 있고, 그래서 생명을 하나의 대상으로 그리고 실제로는 인간 정신의 산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생물의 본래적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다. 모든 생물이 그 가치에 따라 살아갈 권리를 주장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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