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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없이 자란 닭들 2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11:30

그는 말한다. "달걀 하나에 1마르크가 되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왜 그럴까? 다른 종자들, 예를 들면 서섹스, 뉴햄프셔, 레그혼과 여러 이탈리아 종자들, 그리고 로델랜더, 바르네벨더 등도 최고의 알을 낳기 위해 특별히 양육된 잡종에 비하면 절반도 채 낳지 못한다. '바렌이자브라운'은 네 가지를 결합한 잡종인데 한 마리당 1년에 낳는 달걀 수가 240개에 달한다.

 

이런 생산 수준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의 결실이며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성과다. 수컷은 병아리일 때 골라 가스로 도살하여 식용으로 사용한다. 암컷은 사납지만 병에 약하다. 리히터의 암탉은 서로 쪼아대기도 하는데 특히 겨울에 밖으로 나가지 못할 땐 더욱 공격적이 되어서 서로를 죽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이놈들은 감히 나이 먹을 덤두를 내지 말아야 한다. 15개월만 지나면 리히터의 암탉은 사육장에서 나와 도살업자의 손으로 넘겨지고 그 자리엔 새로운 어린 암탉이 들어선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솥으로 들어가는 늙은 암탉은 대개는 겨우 몇 페니히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공식적인 통계에 의하면 닭 한 마리의 값은 0.4~0.65 마르크다. 암탉을 2년간 키우려면 힘겨운 털갈이 시기를 견뎌야 한다. 털갈이하는 6~8주 동안 탉은 알을 낯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는 환경친화적 양계업자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경험이다.

 

프랑크 리히터와 그의 아내 크리티안 빈스펠트 같은 이상주의자라면 시장법칙과 양계업 자체에서 비롯되는 결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능한 한 닭을 자연적 환경에서 자라게 해 줄 것이다. 이놈들은 돌아다니며 두엄을 긁어대기도 하고, 흙먼지에 몸을 비벼대며 군살을 빼기도 하고, 뚜어다니며 벌레나 곤충을 잡고, 풀이나 씨앗을 쪼아대기도 한다. 닭장을 가로지는 지푸라기로 싼 나무 모양의 횃대는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기어오르기에 좋다. 날이 밝고 햇살이 드리우고 때가 무르익으면 닭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약간 그늘진 둥지에서 알을 낳는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녀석들은 몇 마리 안 되는 수탉들이다. 이놈들은 암탉 양계장의 피라미드에서 윗부분을 차지하는 리더이며 평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 이곳엔 콩도 없고 병충해 예방조치도, 분무약도, 인공적으로 노른자의 색깔을 내는 것도, 효소도, 호르몬 요법도 없다. 오로지 있는 것이라고는 유기사료뿐이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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