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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문화는 자연에서 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연의 변화의 신의 의사표현으로 본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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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문화는 자연에서 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연의 변화의 신의 의사표현으로 본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10. 09:33

자연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기는 문화는 자연에서 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연의 변화를 신의 의사표현으로 본다. 반면에 기계적 문화는 신과 피조물을 떼어놓고 생각한다. 그리고 신을 일종의 시계 조립공이나 슈퍼 엔지니어 같은 존재로 여긴다. 자연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는 문화에서는 자연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한다. 모든 것은 저절로 자연에서 나와 성장하며, 피조물은 모두 홀로 발전하는 것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기계적 문화에서는 자연 전체가 하나의 생산물이다. 기계적 문화의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전체와 따로 존재하는 신의 원리만 밝힘으로써 그들 자신을 자연과 떼어놓는다. 자연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여기는 문화와는 달리, 오늘날의 기계적 문화를 바탕으로 한 유전공학은 동물과 식물을 인간의 소유물로 여기고 그들에게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려 한다. 국가와 민족과 강은 이미 식민지가 되었다. 이제 정복되지 않은 것이라고는 인간의 내부, 특히 여성의 내부뿐이다. 그러나 이제 그 공간마저도 식민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화가 다양성을 유지하는 곳에서만 생물도 다양성을 이어갈 수 있다. 서구적인 패턴과 기계적 논리가 고착화된 지역에서는 다양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는 사고방식이 생물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이들은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산업구조를 무기로 스스로 살아가는 유기체를 단순하고 균일한 존재로 밀어붙인다. 이런 사고방식이 현실로 드러난 실례로 열대우림 같은 복잡한 생태체계를 단일종의 나무숲으로 바꾼 행태를 들 수 있다. 나무가 가득 한 숲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터전이다.나무는 땅 속에 물을 붙들어 놓고 지하수층을 안정시키며 소에게 여물을 제공한다. 나무는 숲에 서식하는 생물에게 꼭 필욯나 생존 조건을 제공한다. 옛날에도 목재나 땔감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었으나 숲의  생명력을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그렇게 했다.

 

인도나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숲에 오스트레일리아산 유칼리나무를 점점 더 늘려 심는 추세다. 유칼리나무가 매우 빨리 자리기 때문에 목재 생산에 특히 '유용하다'는 것이 그들의 변명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지하수를 붙잡아 두는 능력이 없다. 잎사귀는 소도 먹지 않는다. 거대한 단일품종의 나무 군락은 목재상의 이윤은 높여주겠지만, 막상 지역 주민에겐 빈곤만 안겨주며 땅을 불모지로 만든다.

 

종자 수를 점차 줄여 세계무역에 적합한 종자만을 재배하겠다는 방침은 옥수수 재배에도 적용된다. 현재 재배하는 밀, 쌀, 옥수수는 불과 몇 가지 종자뿐이지만 그래도 이는 좀 나은 편이며 이미 전 세계에서 자취를 감춘 곡물 종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단일 품종 재배는 빈곤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해충과 병해에도 취약한 종자를 낳는다. 다양화된 농업에선 병이 돌아도 확산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단일품종을 재배하면 단시간 내에 전 지역으로 번지는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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