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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혁명... 입자총에 의한 총격 방식은 새롭고도 성공적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9. 07:23

'총격'방식은 새롭고도 성공적이다. 작동방식도 간단하다. 금을 잘게 조각내어 식물의 DNA 용액을 바른다. 소스가 미트볼에 달라붙듯이 유전자 용액은 금 조각에 잘 부착된다. DNA를 부착시킨 금 조각들을 유리판 위에 얹고 밀폐된 공간 한복판에 걸어놓는다. 그리고 매개물로 사용할 옥수수 배양액을 바닥에 놓는다. 한쪽에서 밀폐된 공간에 들어 있던 공기를 펌프로 뺴내면서 다른 한쪽으로 인화성 가스를 주입하면 갑자기 폭발하면서 유리판은 산산조각이 난다. 이 때 금 조각들은 무서운 속도로 모든 방향으로 퍼진다. 산탄처럼, 금 조각은 옥수수에 박혀 작은 구명을 내며 세포로 침투한다. 미트볼을 먹고 나면 입 안에 찌꺼기가 남는 것처럼, 폭발 후에 금 조각에 붙어 있던 DNA가 옥수수에 남는다.

 

'입자총(Particle Gun)'은 외부 유전자를 식물로 운반하는 시스템의 이름이다. 이 시스템으로 외부 유전자 물질은 공기총에서 발사된 산탄처럼 옥수수, 쌀, 밀 등의 세포에 박힌다. 유전공학 실험실은 사격장이 되는 셈인데, 새 천년이 열리기 직전에 세운 실험실에서 새로운 품종의 곡물 종자들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식물유전학을 세운 아우구스투스 교단의 수도사인 그레고어 멘델이 죽은지 113년이 지난 후의 일이다.

 

입자총을 고안해 내면서 유정공학자의 행동반경은 대폭 넓어졌다. 입자총이 나오기 전에는 외부 유전물질을 식물에 이전할 때,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운반체로 이용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전자를 식물에 투입할 때 과학자들은 '아그로박테리움투메파시엔스'라는 병원균을 즐겨 사용했다. 이 박테리아는 숙주식물의 뿌리에 달라붙은 다음 '플라스미드'를 침투시켜 숙주를 혼동시킨다. 플라스미드는 세균의 세포 내에 염색체와는 별개로 존재하면서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유전자로 유전정보의 미세한 행동지침까지 옮기는 운반체이다. 이 플라스미드를 받은 식물은 그것을 자신의 유전자로 착각하고, 그것을 읽어 외부 유전자가 지시하는 부호화된 명령을 수행한다. 박테리아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인 식물은 박테리아를 위한 영양분까지 생산해 준다.

 

유전공학자들은 뻔뻔스럽게도 이러한 속임수를 제멋대로 사용해 왔다. 그들은 박테리아의 플라스미드에 있던 기존 유전자를 '쓸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 유전자를 들어앉힌다. 그렇게 부착시킨 새 유전자는 박테리아를 통해 식물 세포에 몰래 잠입한다. 이 방식으로 세뇌된 박테리아 병원균은 충직한 바보가 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카를로 페트리니 엮음, 김종덕/이경남 옮김, 슬로푸드-느리고 맛있는 음식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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