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필산책 : 도덕경 제22장 왕필주 "굽히면 온전해진다"

제 22 장

 

 

곡曲, 즉전則全.

왕枉, 즉직則直.

와窪, 즉영則盈.

폐敝, 즉신則新.

소少, 즉득則得. 다多, 즉혹則惑.

시이성인是以聖人, 포일抱一, 위천하식爲天下式.

부자견不自見. 고명故明. 부자시不自是. 고장故彰. 부자벌不自伐. 고유공故有功. 부자긍不自矜. 고장故長. 부유부쟁夫唯不爭. 고천하故天下, 막능여지쟁莫能與之爭. 고지소위古之所謂, 곡즉전자曲則全者, 기허언재豈虛言哉? 성전誠全, 이귀지而歸之.

 

굽히면, 온전해진다.

휘어지면, 곧게 된다.

비우면, 차게 된다.

낡아지면, 새로워진다.

적으면, 얻게 된다. 많으면, 휩쓸리게 된다.

그러므로 성인은 ‘하나一’를 품어서, 천하의 모범이 되는 것이다.

나누거나 가르지 않는다. 따라서 지혜롭다. 잘난 체하지 않는다. 따라서 빛난다. 뽐내지 않는다. 따라서 공功이 있다. 우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간다. 무릇, 오직, 다투지 않는다. 따라서 천하의 누구도 그와 더불어 다투지 못한다. “曲, 則全”이라는 옛말이 어찌 헛된 것이겠는가! 정말로 모두가 그것으로 돌아간다.

 

 

曲, 則全.

(“曲”은) 스스로 그 ‘밝음明’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몸’ 또는 ‘본성’, ‘본성의 명령’, ‘저절로 그러함’이) 온전하게 되는 것이다(不自見其明. 則全也).

 

【해 설】

왕필주 “부자견기명不自見其明”에서 其明은 “일부러 일삼고자 하는 바(浴 : 제1장)”나 “일부러 일삼는 바(爲 : 제2장)”의 사례事例로서, 정서적 또는 육체적 편안함 내지 정신적 혹은 물질적 이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지향하는 욕구나 가치,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나 이상 등이 반영된 기준에 따르는 생김·자람·시듦, 운동·작용·활동, 감각·지각·의지·행위를 의미한다(이하 동일하다). “自見”은 ‘사물(things)’이나 ‘사건(event)’을 “나누거나 가르며, 가르거나 쪼갠다(分別, 別析 : 제20장 왕필주)”는 의미이다.

 

 

枉, 則直.

(“枉”은) 스스로(를) 옳다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옳음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不自是. 則其是彭也).

窪, 則盈.

(“窪”는)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공功이 유지되어 지는 것이다(不自伐. 則其功有也).

 

【해 설】

도道는 “만물을 비롯되게 하고, 이루어지게 하지만(萬物以始, 以成 : 제21장 왕필주)”, 그 공功을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다不自伐.” 그 이유는 첫째 도道는 언제나 만물과 함께 있고, 어디서나 만물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둘째, 도道는 본성, 본성의 명령, 저절로 그러한 바로서, 만물에 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따라서 도道의 ‘비롯되게 함’이나 ‘이루어지게 함’은 다름 아닌 만물의 ‘비롯되어짐’이나 ‘이루어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도道의 입장에서 볼 때, 만물을 비롯되게 하거나 이루어지게 하는 일은 공功이 되지만, 만물의 입장에서 볼 때, 그 공功은 언제나 함께 있고 언제나 함께 하는 도道의 다른 면모인 본성, 본성의 명령, 저절로 그러한 바에 따라서 비롯되거나 이루어진 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敝, 則新.

(“敝”는) 스스로 자만하지矜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 덕스러움德이 오래 가게 되는 것이다(不自矜. 則其德長也).

 

 

少, 則得. 多, 則惑.

저절로 그러한自然 이치道는 또한 ‘나무’에 비유될 수 있다. 많이 자라날수록 그 뿌리根에서 멀어지게 된다. 적게 자라날수록 그 뿌리本에서 가까워지게 된다. 많이 자라날수록 그 참다운 바眞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러 일삼자고 하는 바가 있음(有欲 : 제1장)”이나 “일부러 일삼는 바가 있음(爲 : 제2장)”에) “휩쓸리게 된다惑”고 일컬은 것이다. 적게 자라날수록 그 뿌리本에서 가까워지게 된다. 따라서 (“일부러 일삼는 바가 없음(無欲 : 제1장)”이나 “일부러 일삼는 바가 없음(無爲 : 제2장)”을) “얻게 된다得”고 일컬은 것이다(自然之道, 亦猶樹也. 轉多, 轉遠其根. 轉少, 轉得其本. 多, 則遠其眞, 故曰惑. 少, 則得其本, 故曰得也).

 

【해 설】

왕필주 “전원기근轉遠其根”, “전득기본轉得其本”, “원기진遠其眞”에서 根, 本, 眞은 도道 또는 본성, 본성의 명령, 저절로 그러한 바를 비유한다.

 

 

是以聖人, 抱一, 爲天下式.

“하나一”는 (‘일부러 일삼고자 하는 바’나 ‘일부러 일삼는 바’의) 적음少의 끝점極이다. “式”은 그것을 본받는다則는 말이다(一, 少之極也. 式, 猶則之也).

 

【해 설】

노자가 말한 “하나一”는 “저절로 그러한 이치自然之道”를 비유한다.

노자가 말한 “爲天下式”은 천하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있고 어디서나 함께 하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끼게 함으로써, 바로 배우고 익혀서 따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제2장의 “是以聖人, 處無爲之事, 行不言之敎”, 제15장의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과 의미가 통한다.

왕필이 말한 “본받음則”은 “말미암음(因 : 제1장 왕필주)”, “따름(從 : 제2장 왕필주, 順 : 제12장 왕필주)”, “맡김(任 : 제3장 왕필주)”, “같아짐(合 : 제5장 왕필주)”, “응함(應 : 제8장 왕필주)”, “실음(載 : 제10장)”, “품음(抱 : 제10장, 包 : 제16장 왕필주)”, “되돌아감(復歸 : 제16장, 返·反 : 제16장 왕필주)”, “받아들임(容 : 제16장)”, “어울림(通 : 제16장 왕필주)”, “아낌이나 기림(親, 譽 : 제17장)”, “보탬이나 나아감(益, 進 : 제20장 왕필주)”, “비롯함(始 : 제21장 왕필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