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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 말고 '책맥'을 아시나요? 맥주에 살짝 취해 책 읽어보세요!

독립출판 무간 2016. 7. 30. 22:13

 

'치맥' 말고 '책맥'을 아시나요? 맥주에 살짝 취해 책 읽어보세요!

 

술 마시는 책방 '책 바' 유행, 마포·서대문에 속속 등장

퇴근 후 그냥 가긴 아쉽고 시끌벅적한 건 싫을 때, 술과 책... 의외로 잘 어울려!

젊은층 술·책방 개념 변해, 책방은 상품 파는 곳 아닌 모임하는 문화공간으로!

 

 

지난 24일 저녁 7시 서울 연희동에 있는 '책 바(Chaeg Bar)'에 들어서자 가게 한가운데에 놓인 책장이 먼저 눈에 띄었다. 천장까지 닿는 이 책장에는 '책'과 '바'라는 가게 이름처럼 술병과 책이 함께 놓여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노르웨이의 숲' 옆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보드카를 놔두는 식이었다. 메뉴판도 독특했다. 메뉴판 첫 페이지를 보면 시·소설·에세이·계간지 등으로 술을 구분해 놨다. 시 메뉴에는 도수 높은 위스키 종류, 소설 메뉴에는 도수가 낮은 맥주류가 갖춰져 있었다. 가게 주인 정인성(30)씨는 "위스키를 마시면서 살짝 취한 상태로 시를 읽고 가벼운 맥주를 마시면서는 소설을 읽으라는 추천"이라고 했다.

 

저녁 8시쯤 되자 손님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술 한 잔을 주문한 후 자연스럽게 1인용 소파나 바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직장이 근처라 퇴근길에 들렀다는 정보람(29)씨는 "일찍 퇴근한 날이면 어딘가 들어가서 가볍게 책을 읽고 싶은데 저녁시간이라 커피는 부담스럽고 술 한 잔 정도가 딱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정씨는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를 읽으며 보드카 한 잔을 마셨다.

 

이 가게처럼 '술 마시는 책방'이 서울 마포구·서대문구를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포구에 있는 '비플러스'·'퇴근길 책한잔'·'북바이북',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 도서가 운영 중인 '북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가게 주인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술과 책은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카페를 운영하다 재작년부터 맥주를 같이 팔기 시작한 북바이북 김진양(36)씨는 "가게를 열기 전에도 종종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시며 책을 읽었는데 그 경험을 그대로 가게로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이곳의 주 메뉴는 책과 맥주의 조합인 '책맥'이다. 점심 시간대나 저녁에 가면 인근 직장인들이 크림 생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SNS를 통해 북바이북을 알았다는 직장인 선하리(30)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긴 아쉽고 그렇다고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어울리고 싶진 않은 날 이곳을 찾는다"며 "처음엔 '맥주를 파는 서점'이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와보니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고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술의 개념이 바뀐 것도 '술 마시는 책방' 유행에 한몫했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서교동에 비플러스를 차린 김진아(46)씨는 "예전엔 취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술을 마셨다면 최근에는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아지고 술에 대해 공부하는 인구도 늘어났다"며 "커피처럼 술도 혼자 조용히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이 술과 책을 엮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취한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게 가능할까. 책바 사장 정인성씨는 "그래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전문 서적은 들여놓지 않는다"며 "반대로 소설이나 시는 오히려 좀 취해야 더 몰입할 수 있지 않냐"고 말했다. 북바이북 사장 김진양씨는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만취하는 손님이 가끔 있다"며 "그런 손님도 일행들에게 한 턱 내겠다며 가게 안의 책을 선물로 사주거나 평소에는 살 생각을 못했던 비싼 책들을 술김에 지르는 정도의 귀여운 주사를 부릴 뿐"이라고 했다.

 

술 마시는 책방의 등장은 동네 서점의 부활과도 맞닿아 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재작년부터 도서정가제가 시작되며 동네 서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동네서점들이 자기만의 문화와 개성을 찾다 보니 술과 책을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대형서점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홍보한다. 반대로 최근 생겨나기 시작한 동네 서점들은 주인의 취향이 묻어나는 책을 배치하고 공연과 독서모임 등을 열기도 한다. '책 바'에도 독립 출판물을 전시해놓은 매대가 따로 있고 '퇴근길 책한잔'에서는 매주 독서모임이 열린다. 서점을 단지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여기면서 자연스럽게 술파는 책방도 등장한 셈이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소비재가 아닌 문화재로서의 책의 부활이라는 면에서 술 마시는 책방을 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저마다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은 책방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6022703030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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