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노자산책 : 도덕경 제1장. 도는 말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일상적이지 않고, 만물에 이름 붙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실제적이지 않다 본문
노자산책 : 도덕경 제1장. 도는 말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일상적이지 않고, 만물에 이름 붙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실제적이지 않다
독립출판 무간 2017. 2. 11. 13:03제 1 장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명가명名可名, 비상명非常名。
무명無名, 천지지시天地之始, 유명有名, 만물지모萬物之母。
고상무욕故常無欲, 이관기묘以觀其妙, 상유욕常有欲, 이관기요以觀其徼。
차양자此兩者, 동출이이명同出而異名。
동위지현同謂之玄。
현지우현玄之又玄。
중묘지문衆妙之門。
도는 말해질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일상적이지 않고, 만물에 이름 붙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한 것은 실제적이지 않다.
하늘과 땅의 시작에는 이름을 붙일 수 없고, 이름이 붙여지면서 만물이 나누어지고 갈라졌다.
그러므로 나누거나 가르지 않으면 언제나 어울리고, 나누거나 가르면 언제나 다투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같은 곳에서 나왔지만, 이름이 다르다.
같은 곳을 일컬어 ‘어리석음玄’이라 한다.
어리석고 어리석다.
모두가 알아채기를.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명가명名可名, 비상명非常名
노자가 말하는 도道는 첫 번째 나오는 도와 세 번째 나오는 도로서 만물 또는 세계를 상징한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의 사실들을 함축한다. 첫째, 만물 또는 세계는 서로 관계한다. 이 때, 관계한다는 것은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이다. 둘째, 만물 또는 세계는 부단히 변화한다. 이 때, 변화는 운동, 작용, 활동 등을 의미한다. 셋째, 만물 또는 세계의 관계와 변화는 스스로 혹은 저절로 그러하다. 이 때, 스스로 혹은 저절로 그러하다는 것은 자기 원인적 내지 자기 충족적이라는 의미이다. 다시 말하면, 노자가 말하는 도는 만물 또는 세계의 관계적·변화적 존재양태樣態와 자기 원인적 내지 자기 충족적 존재양식樣式을 압축해 놓은 기호記號인 것이다.
앞으로 이 점은 계속해서 확인되어 나가겠지만, 이 장에서는 상도常道에서 상常이 그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상은 뒤에 있는 도의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영원하다’거나 ‘불변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반적이다’ 내지 ‘일상적日常的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상은 도가 시간적으로 언제나 만물 또는 세계와 함께 있고, 공간적으로 어디서나 만물 또는 세계와 함께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첫 번째 나오는 명名은 첫 번째 나오는 도를 비유하는 것으로서 “가명可名”의 대상이 되는 만물을 의미하며, 세 번째 나오는 명은 세 번째 나오는 도를 비유한 것으로 첫 번째 나오는 명과 의미가 같다.
가도可道에서 가可는 ‘가능하다’는 뜻이며, 도道는 ‘말한다’는 뜻이다. 가명可名에서 명名은 ‘이름을 붙인다’는 뜻이다. 따라서 가도와 가명은 ‘정의定義한다’, ‘규정規定한다’, ‘단정斷定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들이 있는데, 첫째 정의, 규정, 단정은 ‘분별分別’의 다른 이름이라는 점이다. 정의, 규정, 단정한다는 것은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서 눈으로 모양을 보거나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입으로 맛을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고 느낀 것感覺이나 알게 된 것知覺을 바탕으로 그 내용이나 성격, 범위나 한계, 방향이나 태도, 의미나 관계 등을 따져서評價 정한判斷 다음, 그것을 기준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한정하거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한정하거나 다른 것들로부터 분리하는 데 적용되는 기준, 다시 말하면 감각하거나 지각한 내용이나 성격, 의미나 관계 등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척도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한정되거나 분리되는 양상樣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 어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서 감각하거나 지각한 내용이나 성격, 의미나 관계 등을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척도가 어떻게 선정되느냐 하는 점이다. 그것이 선정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지향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욕구나 가치, 목표나 이상 등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자는 도가 가도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한 것은 일상 속에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맡고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져서 감각하거나 지각하기 이전의 그 자체가 “아니고非”, 명이 가명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게 한 것은 “실제적이지 않다”고 한 것이다. 상도와 상명으로 상징되는 만물 또는 세계의 관계적·변화적 존재양태와 자기 원인적 내지 자기 충족적 존재양식을 포괄적으로 감각하거나 지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지향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욕구나 가치, 목표나 이상 등이 반영된 기준에 따라서 스스로 혹은 저절로 그러하게 서로 관계하며 부단히 변화하는 만물 또는 세계를 한정하거나 분리하는 것은 그것을 왜곡歪曲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무명無名, 천지지시天地之始, 유명有名, 만물지모萬物之母
무명無名은 ‘이름을 붙일 수 없다’, ‘붙여질 이름이 없다’는 뜻이다.
천지지시天地之始는 “상도常道”와 “상명常名”을 비유한다.
유명有名은 ‘이름 붙일 수 있다’, ‘붙여질 이름이 있다’는 뜻이다.
만물지모萬物之母는 “가도可道”한 도와 “가명可名”한 명을 비유한다.
천지지시에서 시始는 만물지모에서 모母와 의미가 통한다.
고상무욕故常無欲, 이관기묘以觀其妙, 상유욕常有欲, 이관기요以觀其徼
욕欲은 “가도可道”와 “가명可名”을 비유하는 것으로서 분별한다는 의미이다.
묘妙는 “상도常道”와 “상명常名”을 비유하는데, 만물 또는 세계가 스스로 혹은 저절로 그러하게 서로 관계하며 부단히 변화하는 모습 내지 만물과 세계가 소통하고 협력하며,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요徼는 ‘가장자리’를 뜻하며, “가도可道”한 도와 “가도可名”한 명을 비유하는데, 개인적으로 지향하거나 사회적으로 합의된 욕구나 가치, 목표나 이상 등이 반영된 기준에 따라서 한정되고 분리된 만물 또는 세계를 의미한다. 국경國境을 떠올려 보자. 한 나라의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다른 나라에서 가장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곳, 그 곳은 단절과 대립, 갈등과 투쟁이 중심이 되는 세상이다.
차양자此兩者, 동출이이명同出而異名
양자兩者는 “가도可道”한 도와 “가명可名”한 명, “유명有名”과 “유욕有欲”을 의미한다.
출出은 분별을 의미한다.
동위지현同謂之玄
노자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만물 또는 세계에 대한 분별에서 비롯되었음을 탄식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현玄을 어리석다는 의미로 풀이했다.
중묘지문衆妙之門
묘妙는 “현지우현玄之又玄”의 부정상태로서 “가도可道”한 도와 “가명可名”한 명, “유명有名”과 “유욕有欲”이 분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차린 상태를 의미한다.
노자가 분별이 없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희망을 표현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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