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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농업은 '기르는 문화'의 꽃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11. 1. 12:09

"내가 보건대, 지난 200년 사이에 너희들은 도시라는 저 좁은 공간에 떼를 지어 살면서, 자연이라는 큰 스승의 말을 귀담아 들을 생각도 없이, 너희끼리 무얼 자꾸 만들어 내고, 그걸 창조라고 하기도 하고, 발명이라고 하기도 하고, 신제품 개발이라고도 하는데, 그 결과가 뭐지? 너희들이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 가운데 오랫동안 생명력을 지니고 지속하는 건 하나도 없지 않아? 오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순간 어제 만든 새 것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리지. 유행에 뒤지고,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술이나 기능 측면에서 새 것과 경쟁이 안 된다고 해서 어제까지 새 것이었던 것을 아낌없이 버리지. 그래서, '만드는 문화'는 내다버린 낡은 것들의 산더미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쓰레기 문화'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리고, 그렇게 자꾸자꾸 새 것을 찾고 만들고 또 만드는데도 그 문화의 생산성은 평균 쳐서 5%도 안 되지.

 

그런데, 자연이 큰 선생님이 되고 사람이 작은 선생이 되어 이루는 '기르는 문화'에서는 오래 되었다 하여 낡은 것이 하나도 없단다. 따라서, 버릴 것도 없지. '만드는 문화'에서는 사람도 늙으면 폐품 대접을 받지만 '기르는 문화'에서는 잘 익은 과일 대접을 받지. 생산성으로 따지더라도 '기르는 문화'가 훨씬 앞선단다. 낟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자라면 어떤 것은 수십 배, 어떤 것은 수백에서 수천 배의 열매를 맺으니, 이 놀라운 선생님을 '만드는 문화'가 어찌 따를 수 있겠느냐? 그리고, 그렇게 많이 생산해도 그 가운데 버릴 것이 하나도 없으니 놀라운 일이 아니냐?

 

너희 인간들은 너무 오만해서 자연의 큰 힘에 기대지 않더라도 너희끼리 문명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과신하는 모양인데, 햇볕과 바람과 흙과 물, 그리고 온갖 미생물과 식물과 곤충들이 한데 힘을 합해 이루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 공동체에서 격리되는 순간 너희들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그 현대문명이라는 것이 바닷물에 휩쓸리는 모래성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이냐, 이 미욱한 것들아."

 

자연농업은 '기르는 문화'의 꽃이다. '만드는 문화'가 공장에서 생산해낸 제초제나 농약이나 화학비료로 일시적으로는 더 높은 생산성을 약속하는 듯이 보일지 모르나, 결국에는 땅 위와 땅 속에 사는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미생물들과 식물과 동물들을 집단학살하고, 그 모든 생명체들을 품에 안아 키우는 땅을 죽이고, 그 어머니의 젖줄인 물마저 죽임으로써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까지 스스로 목에 올가미를 거는 파국에 이르게 되니, 지금 당장 인류사회가 '만드는 문화'에서 '기르는 문화'로 문명사적 대전환을 이루지 않으면 인류에게 미래가 없다.

 

수백 년 묵은 내 눈앞의 팽나무 할머니가 저렇듯이 날마다 해마다 새로워지고 싱그럽고 아름다운 것이 '기르는 문화'의 숨은 주체인 자연에 몸을 맡기고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드는 문화'를 최소로 줄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삶에 필요한 일상 용품에 제도나 교육이나 삶의 방식에 이르기까지 하루바삐 '기르는 문화'의 산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도시 내부에서 아무리 '지구를 살리자' '환경을 보존하자' '공해 물질을 추방하자'고 외친들 인류문화의 파국적 종말을 막을 길이 없다. '만드는 문화' 그 자체가 쓰레기 문화요, 공해를 제도적으로 부추기는 문화인데 ,그 뿌리를 그냥 두고 잎만 몇개 손댄다 해서 어찌 문제가 근원에서 해결될 수 있겠는가.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나는 저 팽나무 할머니만큼 말없는 교육을 주는 큰 스승을 아직 만난 적이 없다.

팽나무 할매, 고맙구만이라.

 

(윤구병, 잡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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