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 사람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 본문

사는 이야기

왜 가장 원하지 않는 일에 인생을 낭비하는가 : 사람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28. 14:23

나는 시인이 되지 않았으면 무엇이 되었을까. 시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시가 꽃 한 송이보다 못할 수가 있는 것인데도, 저는 지금 제 이름 앞에 '시인'이라는 이름 외에는 더 이상 붙일 게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 때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였으며, 한 때는 이런저런 잡지의 기자였으며, 한 때는 출판사 대표를 맡아 일해보기도 했으며, 또 한 때는 대학의 겸임교수직을 맡아 잠시 시를 가르쳐 보기도 했으나, 그런 직함들은 다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지금 제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시인이라는 이름뿐입니다.

나는 왜 끝까지 국어교사가 되지 못했으며, 왜 잡지기자가 되지 못했으며, 왜 다른 일들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도에서 그만둬 버리고 말았는가.

언젠가 고요히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제가 원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생활 때문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제가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없다고 해서 잡지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며, 수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는 저만이 쓸 수 있는 어떤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시가 직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직업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직업을 통해 보다 체험 깊은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보다 다양한 삶의 체험이 보다 감동 깊은 시를 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금 시인으로서의 삶만 살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가장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입니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일을 함으로써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며,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일을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직 생활비를 벌기 위해 30대와 40대를 보내지 않았나 싶어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돈을 벌어 내가 책임져야할 가족들과 함께 나누며 살게 된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이지만,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는 사실은 한편 안타까운 면이 없지 않습니다.

성철 스님은 "사람들은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미쳐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산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가치없는 것들을 위해 그렇게 칼날 위에서 미친 듯이 산 게 아닌가 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