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랑하게 됩니다! 본문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사랑하게 됩니다.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 왜 상처를 주느냐고 따질 수 없는 게 우리 삶의 현실입니다. 상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살아가는 데 힘이 될 수도 있고, 있던 힘마저 빼앗아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 상처일 뿐입니다. 곪아 들어가는 상처를 들여다보고 울고만 있으면 있던 힘마저 빼앗기게 되고, 스스로 상처에 약을 바르고 끊임없이 돌보게 되면 오히려 그 상처가 힘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상처가 삶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는 경우보다 살아갈 힘을 잃는 지름길이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지난날 입었던 상처 때문에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왜곡된 삶을 살게 되는 경우는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너무나 많습니다.
저만 해도 지극히 작은 일에도 큰 상처를 받고 그걸 견뎌내느라 늘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지냅니다. 비록 진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집사람이 "우리 이제 그만 살아요"하고 말하면 그 말 한마디에 저의 인생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그 말 한마디를 용서하기 위하여 고통의 나날을 보냅니다. 상처에서 새살이 돋기를 기다리기엔 제 인생의 겨울이 너무나 깁니다. 비극을 하나의 축복으로 보기엔 제 자신의 영혼이 너무나 나약합니다. 그런 제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글픈 생각조차 듭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상처받지 않는 삶을 아예 바라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상처에 제 인생 전체를 맡겨버리고자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상처 없기를 바라면 바랄수록 더 많은 상처가 생겨납니다. 아무리 조심조심 피해다녀도 상처받는 일이 꼭 생기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상처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바다에 가지도 않고 바닷가를 거닐고 싶어하는 것과 같고, 올라가지도 않고 산의 정상에 오르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상처없는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상처를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일에 남아있는 인생의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기로 했습니다. 상처를 받아들이지 않고 평생 부정만 하다가 그나마 남은 인생을 다 허비할 수는 없습니다. 부정하면 할수록 상처를 돌보고 긍정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안에 살아 숨쉬는 상처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연히 스스로 치유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엄마가 아기를 돌보듯 돌보아야 합니다. 내 상처를 스스로 엄마처럼 돌보아야 합니다. 나 이외에는 아무도 나의 상처를 돌보아줄 이가 없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돌보지 않으면 그 아기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처가 어디에서 왔건 어디에서 태어났건 그건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상처가 현재 내 안에서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상처는 어쩌면 지금 내 안에서 나를 해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니, 이미 해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거칠게 분노의 뿌리를 내리고 잡초처럼 자라 내 삶을 폐허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내가 돌보아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제 상처에 열심히 치유의 물을 주고 돌보려고 합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철저하게 버려진 내 상처의 황폐한 텃밭을 가꾸려고 합니다. 풀을 뽑고 땅을 갈아 상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으려고 합니다. 그 텃밭에서 생산된 푸성귀를 먹고 다시 인생이라는 먼 길을 걸으며 날마다 제 상처를 위해 기도하고자 합니다. 더 이상 분노의 열매를 맺지 않도록 어떠한 상처이든 제 가족으로 받아들여 안아주고 다독거리며 죽는 날까지 함께 살아가고자 합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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