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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오늘이 지나면 다시 못 볼 사람처럼 가족을 대하라!

독립출판 무간 2016. 9. 26. 08:44

길을 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잠시 어느 건물의 처마 밑에 서 있었습니다. 빗물은 금방 내를 이루며 길 한가운데로 급히 흘러갔습니다. 그 때 마침 여든쯤 된 할머니 한 분이 흠뻑 비를 맞고 제가 서 있는 처마 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저는 자연스럽게 할머니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는 딸네 집에 가다가 비를 맞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손에는 작은 보자기가 들려 있었는데 아마 열무김치가 들어 있는 듯했습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었지만 비가 계속 쏟아져 할머니와 처마 밑에 오래 있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비가 그치고 발길을 돌리면 이 할머니를 다시는 못 볼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빗줄기는 곧 가늘어졌습니다. 할머니는 바닥에 놓았던 보따리를 들고 다시 길로 나섰습니다.

"할머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가세요."

저는 할머니에게 공손히 머리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이 할머니를 이제 마지막을 보는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말하자면 영원한 이별의 인사였습니다. 할머니는 앞으로 산다고 해도 몇 해 살지 못할 것이고, 저와는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물끄러미 소나기 그친 길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할머니와의 그 짧은 만남과 이별이 참으로 소중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이루고 있는 가족도 이와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나기가 오는 동안 잠시 함께 모여 살다가 소나기가 그치면 헤어져,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런 관계가 바로 가족과의 관계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중략)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서로 영원히 못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족은 그 얼마나 소중한 존재입니까.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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