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본문
한동안 통 연락이 없던 친구한테서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친구는 나보고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어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습니다.
"호승아, 나 이혼했어."
친구의 목소리는 쓸쓸하다 못해 힘이 다 빠진 목소리였습니다. 나이 쉰 중반을 넘어 이혼은 무슨 이혼인가 싶어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을 못 들어주나 싶어 이혼해주고 말았어."
친구는 왜 이혼했느냐는 내 물음에 (실은 그런 질문은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지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잠시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친구를 위로하는 마음을 담은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그럼 집사람은 지금 뭐해?"
"몰라. 어디 식당에서 일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모르겠어. 이제 안 만나."
"애들은?"
"큰 놈은 조금 있으면 곧 제대할 거고, 딸은 나랑 같이 살아. 그런데 사는 게 좀 힘들어. 실직한 지 벌써 7년째야. 요즘은 다른 사람이 쓴 원고 정리해주고 살아. 그런데 호승이 넌 어떻게 살아?"
"나야 뭐 시 쓰고 그렇게 살지?"
"시가 돈이 되나?"
"누가 돈 벌려고 시 쓰나?"
"그래도 먹고 살아야할 거 아니냐. 좋은 일거리 있으면 연락하고 그래. 뭐든 일을 해야지."
친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마 술이라도 한잔 하자고 전화를 했던 모양인데 마음이 바뀌었는지 내가 만나자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급히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친구에게 꼭 해 줘야할 말을 못했다 싶어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마.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저는 언제 어느 순간에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다시 시작할 수 없다면 인생이 아닙니다. 저는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며 잃었던 힘을 되찾곤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 청년은 집안 형편상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군에 입대했다가 제대한 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학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때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열심히 공부하기를 권했습니다.
그는 참으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직장생활하랴, 공부하랴 퍽 힘들었을 텐데도 2년 만에 독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세대 편입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저는 마치 제 일처럼 기뻤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그는 대학생이 되어 꿈꾸던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 속에 있는 이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저는 재수를 시작한 수험생에게도, 사업에 실패한 친구에게도, 신춘문예에 자꾸 떨어지는 문학도에게도,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 조카에게도, 목표를 향해 거듭 도전하고 거듭 실패하는 가까운 모든 이들에게도 이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언제나 이 말을 하면서 용기와 힘을 얻곤 합니다.
물론 인생에는 때가 있습니다. 인생의 어느 일을 그 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를 놓쳐버리면 영영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인간의 힘은 스스로 원하는 만큼 강해지는 법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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