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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

독립출판 무간 2016. 9. 19. 23:46

저는 실수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완벽한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아무도 실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닙니다. 정말 아무도 실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인생은 살막해질 것입니다.

실수 속에 웃음의 꽃이 피고 여유의 강물이 흐릅니다. 실수 속에서 평범한 인간의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통해 나도 저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러워집니다. 다른 사람이 한 실수가 마치 내가 한 실수처럼 느껴져 "으하하" 웃음보를 떠뜨립니다.

저도 크고 작은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지금껏 살아왔습니다. 제 삶을 형성하는 데 실수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도 결코 잊히지 않는 '뼈아픈 실수' 하나가 떠오르는군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숭실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교사가 된 지 3년째 되던 1979년 봄에 저의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가 창비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당시는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주는 일이 거의 없을 때라 첫 시집을 낸 기쁨은 무척 컸습니다.

하루는 담임하고 있던 1학년 2반 반장이 뜻밖에 돈을 모아 제게 가져왔습니다. 60여 명의 학생 중 절반이나 되는 학생이 제 시집을 사려고 낸 돈이라고 하면서, 그 돈으로 시집을 사서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출판사 측을 통해 시집을 사서 학생들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당시 시집 한 권의 값이 1천 2백 원이었는데, 그 때는 정가의 70퍼센트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서점에 공급된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여서 정가 그대로 책을 구입해 신청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전혀 의도한 바가 없었지만, 제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 또한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제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돈을 받고 제 시집을 판 꼴이 되었습니다.

그 뒤 그 해에 교직을 저 스스로 떠났습니다만, 해가 지날수록 시집을 내면 낼수록 그 때의 일이 떠올라 부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혹시 시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직접 서점에 가서 사라고 하면 되었을 텐데 제가 왜 그랬는지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그 때 제가 우리반 학생들한테만은 시집에 정성껏 사인을 해서 한 권씩 그냥 건네줬더라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학생들이 건네준 돈으로 평생 동안 간직할 수 있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다른 책을 사주고, 제 시집은 제가 그냥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나이가 들수록 후회가 되고 부끄럽습니다.

 

(출처는 이전 글에서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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