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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것은 그것을 있을 때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문

사는 이야기

돈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것은 그것을 있을 때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독립출판 무간 2016. 9. 7. 20:45

버릴 수 없어 두는 것이 늘어날수록 기억의 데이터 베이스도 점점 복잡해지고 기억할 수 없는 것도 늘어난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면 현재 자기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능력,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넓게 훑어보는 능력, 자기 통제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것은 자기 마음 속에서 의식화할 수 없는 정보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두고 싶다는 번뇌와 버려버리고 싶다는 솔직한 충동, 이 상반된 두 가지가 일으키는 갈등을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이런 갈등 자체가 싫어지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되어 서랍이나 벽장 한구석에 처박아 놓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과거에 아는 사람에게 받은 편지를 읽을 떄마다 기분이 나빠지지만 막상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추억이 서린 물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서랍 한 구석에 넣어두고 다음에 버리든가 하자고 생각하며 잊어버릴 작정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착각이다. 잊어버릴 작정이었다 해도 마음은 그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어떻게 할까?'하고 고민 중이다.

 

사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무명'의 영역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명이란 진리의 빛이 비추어지지 않는 혼란한 상태이다. 마음 속에 있는 진정 어두운 영역이다. 스스로 자신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늘려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무명이란 영역은 욕망에 따라 물건을 점점 더 많이 소유하고 집착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물건을 수집할 정도록 집착이 강해지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문득 '아, 이것은 내 수집품 중에 아직 없는 건데 가격이 얼마나 되나?'하는 생각이 들어 방해가 될 정도가 된다.

 

너무 집착이 강해지면 어느새 0.1초 중 0.05초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또 그런 식으로 쌓여가다 보면 1시간 중 30분, 1년 중 6개월, 10년 중 5년으로 점점 늘어나 결국 인생의 절반을 그것을 생각하며 낭비하게 된다. 또 이처럼 물건을 늘려가며 집착한다는 것은 눈앞의 현실을 바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안개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 눈앞에 안개가 끼면 지금 내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적절한 일은 무엇인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은가,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좋은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주면 좋은가 등의 순간적인 판단이 둔해진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물건을 수집하고 돈을 모으는 데 열중하는 것일까? 일단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가지고 있을 때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면 마음도 편해진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것이 없으면 불안하고 부족한 느낌이 들어 괴롭다는 의미이다. 이런 괴로움은 왠지 불행하고 무언가 모자란 듯한 느낌을 주어 '그것을 꼭 가져야지'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으면 일단은 괴로움이 사라져 기쁘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이것을 소유하지 못했던 때로 다시 돌아가면 어떡하지?'하고 불안해 하는 새로운 괴로움이 생겨난다. 또 그에 이어 '그럼, 안되지!'하는 강한 반발심이 생기면서 마음을 크게 자극한다. 이제 마음은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의식하는 단계에 이른다. 따라서, 스스로 깨닫든 그렇지 못하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뒤에는 마음에 괴로움이 새겨지고 늘 강한 안개가 발생하게 된다. 잃어버리지 말고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새롭고 더욱 강렬한 고통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면 욕망의 업이 쌓여간다. 욕망의 없이 쌓이는 동안 단순히 물욕만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다른 욕망들로 변해서 발전해 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질을 소유하려는 욕망이 커지면 사람을 대할 때에도 자신의 욕망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만'의 욕망으로 변해서 나타난다. 가족, 친구, 동료, 연인 혹은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에게까지도 나를 이렇게 대해 달라, 나를 대할 땐 이러 이러한 태도를 갖추어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소유하는 물질을 늘려가면 반드시 인격도 나빠진다. 결국 자신의 가치를 늘려 안정시키기 위해서 소유하는 물질을 늘리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인격이 점점 불안정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호화로운 대저택에 살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사생활이 순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것은 마음에 항상 괴로움이 있고 시야를 가리는 안개가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 유윤한 옮김, 생각 버리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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