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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이야기

보릿고개와 꽁보리밥

독립출판 무간 2016. 8. 25. 20:56

 

예전에 농민들은 자기 땅 없이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수확한 대부분의 곡식을 땅을 빌린 댁가로 땅주인에게 바쳐야 했습니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늘 먹을 양식이 모자라 굶주렸습니다.

 

특히 봄철인 3~4월이 되면 지난 해에 거둔 곡식이 거의 바닥이 납니다. 그러면 보리가 익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보리는 초여름부터 수확할 수 있어서 그 때부터는 보리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봄부터 보리를 수확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보릿고개'라고 불렀습니다. 이 때가 가장 배고픈 시기였습니다.

 

보릿고개 기간에는 산이나 들에서 쑥, 달래, 칡뿌리, 솔잎 같은 것을 따서 식량을 삼았습니다. 남아 있는 곡식에 이런 풀, 풀뿌리들을 함께 섞어 멀건 죽으로 끓여서 먹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한 두 달을 버티면 보리를 수확하는 여름이 다가와 비로소 보리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 먹는 밥은 온통 보리만으로 지은 밥입니다. 이것을 꽁보리밥이라고 합니다.

 

꽁보리밥에 붉은 고추장을  쓱쓱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입니다. 또, 걸쭉하게 끓인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고 영양도 만점입니다. 거기에 된장을 푹 찍어 먹는 풋고추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한여름 농사일이 바쁠 때는 논두렁 밭두렁으로 꽁보리밥과 된장국을 이어 날랐습니다. 힘든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은 여름내 꽁보리밥과 된장국을 먹고 힘을 냈던 것입니다.

 

또,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학생들 도시락은 꽁보리밥에 반찬이라곤 고추장 한 가지인 도시락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요즘 어른들 중에는 꽁보리밥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절을 추억하며 보리밥 파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리밥은 몸에 매우 좋아서 요즘은 건강을 생각해서 일부러 보리밥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아리 글, 정수영 그림, 밥 힘으로 살아온 우리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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