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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영농비와 생활비 ... 그래서, 투기영농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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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영농비와 생활비 ... 그래서, 투기영농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독립출판 무간 2016. 8. 20. 20:35

 

씨앗값에서 농산물의 포장값에 이르기까지 돈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길이 없어진 것이 오늘 우리 농촌현실이다. 트랙터, 콤바인 사용료, 경운기, 관리기 구입대금, 종자,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공장에서 생산된 유기질 비료값, 비닐, 상자, 콤바인 포대값, 농업용수 사용료 따위로 농민들 손가락 사이로 크고 작은 돈들이 쉴새없이 새나간다. 이러한 영농비들은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한 푼도 들지 않던 것들이었다. 농촌일손의 부족, 다수화품종의 선택, 투기영농의 확산, 농촌 생활양식의 변화, 잘못된 농업정책이 복합작용을 하여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요즈음 농민들은 다만 논과 밭에 제초제를 뿌릴 뿐만 아니라 논둑이나 밭둑, 심지어는 길섶에까지 마구잡이로 제초제를 뿌린다. 이른 아침에 논둑, 밭둑, 길섶의 풀을 베어 가축사료로 쓰거나 퇴비를 만드는 농민을 찾기 힘들다. 풀밭에 매어놓은 소도 볼 수 없다. 우리 마을은 반쯤 산간 지역인데도 지난 해와 올해 들어 소가 끄는 쟁기로 땅을 가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지난 해 거둔 씨앗을 갈무리해 놓았다가 이듬해 다시 쓰는 농가도 거의 없다. 대부분의 씨앗을 종묘상에서 사다 쓰는데, 이 씨앗들은 집에서 거두어 다시 뿌리면 소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이른바 개량종 씨앗들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영농비를 들여 농사를 지은 결과가 그만큼 많은 농가소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농사방법의 '개량(?)'이 땅을 살리고 농민들의 건강을 지키며, 그렇게 해서 생산된 농작물이 소비자의 건강까지도 증진시키느냐 하면 그 어느 것도 아니라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늘어나는 것은 영농비만이 아니다. 생활비도 해가 다르게 늘어난다. 생활양식의 변화 탓이다. 주거환경을 예로 들어보자. 옛날 농가주택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초가지붕, 가마솥이 걸린 아궁이와 부엌 한족에 가득 쌓인 땔감, 안채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뒷간과 잿간, 닭장, 돼지우리, 외양간, 장독대, 처마 끝에 매달린 종자용 곡식 모가지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마을에 그런 농가주택은 없다. 초가지붕을 벗겨내고 슬레이트나 시멘트 기와를 얹은 지붕에 입식으로 개량되어 가스렌지 위에 압력밥솥이 놓여 있는 부엌, 연탄 보일러로 고쳤다가 최근에 다시 기름 보일러로 바꾸어 마루와 방을 고루 덥히는 난방시설, 전기모터를 돌려 물을 끌어올려 빨래도 하고 몸도 씻는 욕탕, 수세식 변기,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시의 단독주택과 같은 모습에 같은 기능을 하는 새로운 개량주택이 보급되어 넓은 유리문을 단 거실까지 갖춘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같은 마을 안에 수천 마리의 닭, 수백 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축산농가가 있고, 비육우를 사료 먹여 많이는 열 마리가 넘게, 적게는 서너 마리를 키우는 집이 있으니, 닭도 돼지도 기를 필요를 못 느낀다. 논밭을 가는 데 쟁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니 외양간이 따로 없어도 된다. 집안의 입식부엌에서 음식을 요리하다보니 장독대의 기능도 최소한으로 축소되었다. 퇴비와 인분을 이용해서 또 집에서 기르는 닭똥이나 돼지똥이나 소똥을 이용해서 집 밖에 따로 잿간이나 두엄터나 변소가 있을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그에 따르는 현금지출을 반대급부로 요구한다. 보일러 설치비, 세탁기 구입비, 온수기 설치비, 가스값, 기름값, 높아지는 전기요금, 육류와 생선이 점점 더 자주 놓이는 밥상 때문에 지출되는 식료품비, 연성세제, 화장지, 석유, 식용유 따위에 들어가는 크고 작은 비용, 이 모든 현금수요를 메우기 위해서 환금작물 중심으로 투기영농을 하는데, 투기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어서 애써 키운 농작물을 어떤 때는 모두 뽑아 던져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어떤 때는 씨앗값도 못 건지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 자식들을 중학교 때부터 유학을 보내야 하는 사정이 겹치면 현금 수요는 더 커진다. 이렇게 해서 빚이 쌓여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빚더미에 올라앉은 농가가 대부분인데, 이 빚을 갚기 위해서도 투기영농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윤구병, 잡초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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