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큰개불알풀 : 너무나 작고 예쁜 큰개불알풀 본문
(사진출처 : Daum 카페 "이동활의 음악정원)
3월 말,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양지바른 길가에 아주 작은 연보랏빛 꽃이 피어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어워서 학생들을 멈춰 서게 한 후 이름을 아느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대뜸 '보라꽃'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웃음이 나오는 걸 참으면서 다시 물었다.
"보라꽃? 좋다. 근데 이 꽃 이름은 그것보다 훨씬 재밌어"
진짜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랄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하니 웃음부터 나온다.
"이게 말이야, 이름이 큰개불알풀이야"
모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또 속은 것이 아닌가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양지 바른 곳에서 제일 먼저 피는 꽃이 큰개불알풀이다. 큰개불알풀의 이름은 '오오누부꾸리'란 일본어를 그대로 직역한 말이다. 꽃이 진 후 씨앗이 맺힌 모양이 개불알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큰'자가 붙었지만 사실은 아주 작다. 씨앗이 맺힌 것도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이 꽃은 이름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봄까치꽃'이라고 새롭게 고쳐 부르기도 한다.
양지 바른 자리. 봄이 끝날 무렵까지 꽃은 한 송이 한 송이 차례로 저녁에는 져버리고 그 다음 꽃이 피어나는 하루살이 꽃이다. 줄기는 밑동에서 갈라져 많은 가지를 치면서 옆으로 누워가며 피어난다. 잎은 둥글고 잎가는 둔한 톱니 모양이다. 꽃은 잎겨드랑이로부터 한 송이씩 피어나는 연보랏빛 네 개의 꽃잎으로 이루어진다.
이 풀은 이름이 비슷한 '개불알꽃'과 혼동할 수 있다. 개불알꽃과는 모양도 다르고 서식처도 다르다. 개불알꽃은 정말 개불알같은 연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선개불알풀'도 있는데, 이것은 위로 성장하는 식물이다. 큰개불알풀은 3월부터 꽃을 피우므로 주변에서 가장 일찍 볼 수 있다. 눈 속에서 핀다는 '복수초'보다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이다.
이렇게 먹자!
양지에 흔하디 흔한 큰개불알풀을 뜯어다가 나물로 먹으면 좋다. 특히 아주 작은 보랏빛 꽃을 따서 그늘에 말리면 예쁜 꽃차를 마실 수 있다. 향도 은은하다. 그런데 이 큰개불알풀은 사실 나물로 또는 꽃차로 해 먹고 싶지 않다. 너무 작고 예뻐서 먹지 않고 그대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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