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광대나물 : 사람의 모습을 닮아 광대처럼 나비일래라! 본문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요것이 뭐다냐?"
5월 양지바른 미산동 사무실 시멘트 계단 옆. 가늘고 긴 줄기에 잎으로 층을 이루고, 한 다리는 줄 위에 딛고 한 다리는 머리와 몸을 젖힌 수평의 묘기를 하고 있는 광대 모양의 꽃이 보인다. 바로 광대나물이다. '코딱지가 붙어 있는 것 같다'하여 '코딱지 나물'이라고도 하지만 묘기를 부리고 있는 광대꽃을 찬찬히 살펴보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벌린 입모양다. 입술 모양이라 하여 '순형화'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모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뭔가를 달라고 하는 듯이 손을 모아 서 있는 형국이다. 광대인지라 이런저런 모양들을 연상케 하는가보다.
매일 아침 미산동 사물에 들를 때마다 나는 제일 먼저 광대나물을 보고 '안녕'하고 인사한다. 어린친구를 대할 때처럼. 아무리 봐도 귀여워 죽겠다. 오늘은 요것이 벌을 모으고 있다. 꿀들이 아랫입술에 내려앉아, 안으로 들어갈수록 가늘어지는 꽃 안쪽을 향해 들어간다. 꿀 찾는 벌에게 꽃가루가 붙는다. 벌과 식물의 교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 벌을 이용하여 암과 수가 만나 교접한다. 동물이 식물을 먹이로 생명을 유지한다면 식물은 동물의 움직임을 이용하여 번식을 한다. 식물은 으레 동물에게 먹이겠거니 했는데 사실 동물의 생명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셈이다. 식물은 호흡하면서 산소를 내주고 먹이를 제공하고, 그늘과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다. 식물이 동물에게 의.식.주를 제공하는 것이다.
광대나물꽃은 대부분 보랏빛에다 얼룩점이 있다. 연분홍빛의 광대나물도 있다. 그리고 너무나 보기 어려운 흰꽃광대나물이 있다. 어릴 적에 샐비어 꽃을 떼어 단물을 빨았던 기억이 있다. 샐비어 꽃에는 단물이 많다. 한손 가득히 따서 길 가면서 '쪽' 빨아먹고 버리고 또다른 것을 따 입에 가져간다. 길가의 샐비어처럼 귀염성 있는 광대나물꽃. 눈을 지그시 감고 그 작은 입술을 빨아본다. 샐비어 같은 단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작고 예쁜 입술은 언제나 매혹적이다.
광대나물이 피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애기똥풀과 제비꽃도 가득 피어 있다. 광대나물 씨앗에 엘라오좀elaiosome이라고 하는 냄새를 풍기는 방향체가 붙어 있는데, 이 냄새가 개미들을 끌어 모은다. 개미들은 씨앗을 물어 자기 집으로 가져가서 퍼뜨린다. 이 방향체는 광대나물 씨앗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애기똥풀과 제비꽃 씨앗에도 있다. 개미집이 있는 주변에 이들이 모여 피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광대나물은 가난했던 이들의 배를 불리는 역할만 안 것이 아니다. 풀 전체를 토혈과 코피를 멎게 하는데 사용하여 결핵환자들을 치료하고, 그 외에 풍사를 몰아내고 경락을 통하게 하며, 부종을 내리고 통증을 그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근골동통, 혈액순환, 사지마비, 타박상을 치료하는 데 이용했다. 중국에서 펴낸 "중약대사전"에는 광대나물을 이용한 림프절 결핵 치료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약식동원보감'이란 말처럼 우리가 예로부터 먹어왔던 음식에는 인체에 이로운 '약효'가 있다. 자신만의 이름을 가진 잡초들. 언제 어떻게 그런 이름들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는지... 안도현 시인이 매해 같은 길을 다니면서도 길가에 핀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 못했던 자신과 절교해야겠다고 노래한 그 마음이 이해된다.
이렇게 먹자!
광대나물은 3~4월 중하순에 어린잎을 따서 나물과 국을 끓여 먹는다. 어린잎을 살짝 데쳐서 소금 간으로만 나물로 무치거나 엷은 된장으로 무친다. 된장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광대나물은 혀끝을 매료시키는 맛은 없다. 광대나물 꽃을 이용하여 차를 만들어 마시는 것도 좋다. 꽃만 따서 바람이 잘 통하는 채반에 펴서 그늘에서 말린다. 말린 꽃을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했다가 뜨거운 물을 넣어 우려 마신다. 차는 시고 쓰고 따뜻하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 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풀꽃세상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36가지 약초 무쳐 내놓는 약초밥상' : 손님한테 "설거지하세요" (0) | 2016.08.18 |
---|---|
몸 안의 독소를 빼주는 식재료...? (0) | 2016.08.16 |
큰개불알풀 : 너무나 작고 예쁜 큰개불알풀 (0) | 2016.08.14 |
쇠뜨기 : 나를 먹어줄 이 없으니 무성할 수밖에...! (0) | 2016.08.14 |
냉이 : 이른 봄 최고의 약초, 당신에게 모든 것을 맡깁니다! (0) | 2016.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