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무간
쇠뜨기 : 나를 먹어줄 이 없으니 무성할 수밖에...! 본문
(사진출처 : Daum 검색 자연박물관)
2월 말 보리씨앗을 뿌리는 날, 밭 주변을 보니 연갈색의 쇠뜨기가 가득하다. 쇠뜨기를 먹을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다. 쇠뜨기는 소가 잘 먹는 풀로 이름도 '소가 뜯는다'라는 뜻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 겨울의 소는 지푸라기와 갈댓잎을 먹고, 수확하고 남은 곡식의 껍데기를 먹는다. 콩껍질, 수숫대를 비롯한 곡물의 '쓰레기'는 겨울철 소와 닭들의 식량이다. 그래서 예전의 소농가에서는 흔히 밭을 가는 소와 몇 마리 닭을 키우곤 했다. 소는 농부의 자식처럼 귀한 일손이었지만 자식의 공부 밑천으로 팔려나갔다. 닭들은 아버지나 장남의 밥상에 올라가던 달걀을 낳아주었고, 딸이 시집가면 사위의 밥상에 올랐다. 수확한 곡식의 잔여물은 밭에 퇴비로 남겨지거나 소 혹은 닭의 먹이가 되었다. 버려지는 것이곤 거의 없었다.
쇠뜨기는 이른 봄, 소에게 더없이 좋은 신선한 풀이었다. 요즘에는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를 영화에서만 볼 수 있다. 대부분 철근 파이프로 만든 우리에 갇혀 사료를 먹고, 고깃덩어리로 팔려 나가니까. 쇠뜨기가 농부들에게 잡초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햇살 가득한 봄날에 풀을 뜯는 소나 염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잡초이자 골칫거리로 남을 수밖에. 모두 인간이 자초한 일이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황토빛 쇠뜨기이다. 이 황토빛 쇠뜨기는 토필, 필두채라고 하거나 '뱀밥'이라고 한다. 이는 포자형인 황토빛 꽃이 뱀의 머리 또는 붓두껍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뱀밥인 황토빛의 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너무나 못생겨서 '이것도 꽃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매우 투명하고 아름답니다.
쇠뜨기에는 세정제 성분이 있어 화농성 궤양, 피부 습진 등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여드름 치료 성분인 규산이 풍부해서 지성피부에 좋으므로 여름철 햇볕에 그을린 얼굴에 쇠뜨기 팩을 하면 좋다. 쇠뜨기 풀을 끓는 물에 적당히 넣고 은근한 불 위에서 20분 정도 우려낸 다음 해초가루와 섞어서 젤을 만든 뒤 쓰던 영양크림을 약간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얼굴에 바르고, 30분 정도 지난 후 미지근한 물을 이용해서 닦아낸다. 줄기를 물에 씻은 후 갈아서 물과 섞어 나온 액으로 머리를 감으면 탈모증에도 좋다고 한다. 치질, 무좀, 종기 등에는 쇠뜨기를 찧거나 구워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한방에서 부르는 쇠뜨기의 생약명은 '문형'이다.
사포닌에는 담을 없애는 거담작용, 진해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후라보노이드에는 소변이 잘 나오게 하는 이뇨 작용이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민간요법으로 습진 등에 활용한다. 또한 생명과학연구원의 보고에 따르면 오니틴onitin 및 루테올린luteolin 등 두 성분이 간기능 보호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쇠뜨기에 함유되어 있는 에퀴세트린equisetrin이라는 성분은 독성이 있어 쇠뜨기를 많이 뜯어 먹은 말은 배탈이 나고, 폐진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육류 음식에 치중하던 사람이 야생 식물체를 섭취하면 번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효과를 본 사람들이 우후죽순 나타나자 쇠뜨기만을 다량으로 섭취하다 편식으로 인한 병폐를 얻기도 했다. 소가 좋아하는 쇠뜨기, 그 이유를 소가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소도 먹어지 않고, 사람도 먹지 않는 골칫거리 잡초로만 남겨놓고 말았으니!
이렇게 먹자!
음식으로 먹는 것은 뱀밥으로 어린순을 따서 조리한다. 어린순을 따서 끓는 물에 삶아 데친다. 데쳐서 나물로 해서 무쳐 먹거나 기름에 복아 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초고추장 또는 참기름으로 넣어 먹기도 한다.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거나 찜을 해 먹어도 좋다.
황토빛 쇠뜨기를 꽃차로 만들어 마시면 그 향이 안온하고 그윽하다. 꽃봉오리가 터지기 전에 연한 상태에 꽃을 꺾어서 한 번 털어주고 말린다. 말린꽃을 찻잔에 넣고 물로 우려내면 그윽한 꽃차가 된다.
(변현단 글 / 안경자 그림, "약이 되는 잡초음식,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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